[피플]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도서관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입력 2022-08-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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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

“코로나19로 어지러웠던 지난 3년 동안 나름대로 해온 일들이 아주 많다. 그 일들은 결국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한복판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찾아가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지난 3년 임기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그의 표현은 서 관장 재임 기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가 관장에 임명되자마자 코로나19로 급속화된 ‘디지털 문화’를 도서관 환경에 발 빠르게 적용해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45년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이래 민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첫 개방형 관장이자 최초의 여성 관장이다. 서 관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0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서 출신인 그는 평생 대학과 유관 단체에서 도서관 업무를 해온 ‘도서관 전문가’다.

여성 관장으로서 근무하기에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서 관장은 “관장이 되는 게 힘들었지 되고 나서는 딱히 힘든 점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사서직의 경우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으로 공공도서관에 여성 관장은 드물다”며 “나도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직원들의 고충을 잘 헤아리면서 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서 해온 일들을 몇 가지 단어로 정리하면 ‘디지털’과 ‘사람’이다. 서 관장은 “온라인 자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온라인자료과’를 신설했다. 온라인 자료의 납본 수집 및 보상, 공공간행물 디지털 파일 수집, 해외 소재 한국 관련 자료의 디지털화 등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업무를 하나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으로만 유통되는 자료들이 참 많다. 거기에는 굉장히 놀라운 정보들이 있는데, 이것을 잘 수집해서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한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인적 자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우리 사서들의 역량 강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역량을 더욱 꽃 피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며 “그 일환으로 ‘전문직위제’를 도입했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순환 근무를 한다. 근데 선진국에 가보면 도서관 직원들이 순환 근무를 하지 않고, 전문가로서 대단한 역량을 갖고 일한다. 우리는 그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데, 내부적으로라도 전문직위제라는 걸 만들어서 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

서 관장은 2020년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이 도서관 업무 변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그는 ‘실감서재’를 꼽았다.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에 있는 실감서재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상설 체험관이다. 도서관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종이책 위를 터치하면 고문헌의 번역정보와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현된 실감형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서 관장은 “도서관이 갖고 있는 좋은 자료들을 서재에 숨겨놓는 게 아니라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고문헌을 그냥 전시하면 누가 보겠나. 중요한 건 내용이다. 여러 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그 내용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보여주는 등 색다른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대의 도서관은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그 자료들을 재해석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도서관이 창작 플랫폼의 중요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서 관장 말처럼 현대의 도서관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라키비움(larchiveum)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서 관장은 이 용어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사람이기도 하다. 라키비움의 활성화를 위해 그는 관계 기관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관장은 “도서관을 포함해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정책관에 소속돼 있다. 한 우산 아래 있는 거다. 근데 각 기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게 참 안타깝다”며 “실제로 유럽에 가보면 이게 박물관인지 도서관인지 미술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융합이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각 기관이 서로 융합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가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다.

서 관장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물관으로 간 이건희 기증 고문헌을 도서관에 보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박물관에 기증된 유물 중 절반 이상이 고문헌이다. 고문헌을 제일 잘 관리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고문헌은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내용이 중요하다. 그게 도서관으로 왔어야 했는데 참 안타깝다”며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문헌을 정리할 때 우리 도서관 직원들이 파견을 갔다. 그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정리만 같이 한 게 아니라 고문헌이 디지털화되면 그 내용을 우리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말에 서 관장은 “이제 좀 쉬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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