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는 노조와 협상타결, 하이트진로는 노조에 '발목'···맥주 시장 판도 바뀌나

입력 2022-08-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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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점거 후 옥상 고공농성하는 화물연대 (조현호 기자 hyunho@)
▲하이트진로 점거 후 옥상 고공농성하는 화물연대 (조현호 기자 hyunho@)

주류업계의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즌이 절정을 지나는 가운데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양대 주류업체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오비맥주는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며 걱정거리를 덜었기 때문이다.

17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민노총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은 전날 오전 6시께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 들어와 1층 현관을 봉쇄하고 1층 로비와 옥상을 점거한 뒤 이날까지 불법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개월째 계속돼온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의 갈등은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3월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충북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계열사로, 수양물류가 나서 화물차주들과 협상을 하고 있지만 서로 주장하는 내용의 간극이 커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강원 공장에서 불법 파업으로 인해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 132명이 계약 해지된 것을 무효화하고, 일부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것도 취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수양물류 소속 조합원들이 임단협으로 요구한 △운임 30% 인상과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의 70% 공회전 비용 제공 등을 하이트진로가 직접 수용하라는 요구도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수양물류는 적극가담자 12명에게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송단가 역시 화물차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유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이들 화물차주는 수양물류와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하이트진로가 이번 사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화물차주간 협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수양물류가 나서 협상을 계속 하고 있다지만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의 직접 개입을 요구하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현행 법상 나설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비맥주는 예고됐던 파업이 취소되면서 하반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분쟁거리가 됐던 임금협상을 무난히 타결했기 때문이다. 파업을 예고했던 오비맥주 광주·이천공장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사측의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였다.

당초 광주와 이천 공장 노조는 임금 10%·복지비 14% 인상 등 24%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고, 오비맥주는 임금 5%, 복지비 2.3% 인상안으로 맞서며 불협음이 나는 듯 했지만 노사 양측은 양보와 물밑대화를 통해 노조원들의 찬성안을 이끌어 냈다.

맥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상황이 정반대로 흐르면서 '테라'를 앞세워 맥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던 하이트진로로서는 악재를 만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성 현장이 서울 본사로 옮겨지면서 다른 공장들의 출하율은 크게 높아졌지만 그동안 주류 출하량이 30~50% 수준에 머물며 편의점 등에서는 매장 당 발주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2019년 테라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하이트진로는 올해 7월만 해도 유흥시장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2% 증가해 여름 성수기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하이트진로가 수년 간 공들여 온 맥주시장 점유율 확대에 악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S투자증권 분석을 보면 오비맥주는 지속된 점유율 하락으로 2019년 이후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8년 30.3%→2019년 26.5%→2020년 21.8%→2021년 19.5%로 매년 하락하던 상황이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점유율이 올라 맥주부문 영업이익률이 2018년 –2.9%→2019년 –5.9%→2020년 5.0%→2021년 2.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이슈가 향후 하이트진로의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류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다만 하이트진로의 경우 상반기 예상보다 적었던 비용 집행(광고비, 판촉비) 및 화물연대 파업 이슈 상존(인건비, 운송비)에 따라 하반기에 비용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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