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목장갑 한 박스' 무단 방출, 노동자 징계 사유 될 수 있다"

입력 2022-08-07 10:39 수정 2022-08-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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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목장갑 반출 용인하지 않아…가격 상관없이 잘못된 행동, 징계 타당"
징계 대상 노동자 "배당받은 목장갑 남아서 가져갔을 뿐 훔칠 의도 없어"

▲목장갑 (게티이미지뱅크)
▲목장갑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시가 2만~5만 원인 작업용 목장갑 한 박스를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 노동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기아 주식회사(기아)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기아의 노동자 징계가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아는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A 씨는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의 완성차 제조부문 소속 노동자다.

재판부는 "기아가 목장갑 반출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것은 회사 규모가 크고 노동자 수가 많아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목장갑 반출을 회사가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아는 업무상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A 씨가 한 달에 20켤레의 목장갑을 가져가도록 한 것"이라며 "업무상 필요가 없는데 목장갑을 월 10켤레씩 더 받아 가져가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회사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목장갑 반출을 회사가 용인하지 않은 만큼 물품의 시가와 관계없이 A 씨의 행동은 잘못됐고, 징계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A 씨가 징계 절차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출근정지 30일의 징계는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목장갑을 받도록 한 기아의 행동은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인데 A 씨의 행동은 이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며 "A 씨에 대한 징계는 기업 질서 확립·유지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아는 노사합의를 통해 매월 각 그룹 그룹장의 신청을 모아 목장갑과 수건(면타올)을 월 1회 지급한다. 노동자는 목장갑의 경우 10켤레 단위로 포장된 1~2묶음(10~20켤레)을 필요한 만큼 자율적으로 수령하고, 기존에 수령한 목장갑이 많은 경우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배분 후 남는 장갑은 그룹장이 보관했다가 부족하다고 요청하는 노동자에게 별도로 지급한다.

A 씨는 매달 목장갑 2묶음을 받아 그중 1묶음씩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다가 2019년 10월 모은 목장갑을 라면박스에 넣어 들고 퇴근했다. 해당 목장갑의 시가는 2만~5만 원이다.

이를 발견한 A 씨의 상사인 생산과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절도 제보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사측과의 면담에서 A 씨는 "작업 장갑은 내가 배당받은 것인데 남아서 가지고 갔고, 훔쳐 갈 의도는 없었다"며 "집에 있으니 다시 그대로 가져다 놓겠다"고 말했다. 또한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래도 된다고 했다"며 "다른 사람들도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A 씨에게 출근정지 30일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징계가 부당하고, 무단 반출을 이유로 징계받은 다른 노동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중앙노동위의 판단을 구했다. 중앙노동위는 사측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결정했지만, 기아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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