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노믹스에서 영도노믹스로"…김철훈의 승부수, 영도 경제 다시 돌린다

입력 2026-08-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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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영도구청장 (사진제공=영도구청)
▲김철훈 영도구청장 (사진제공=영도구청)

부산 영도가 달라지고 있다.

영도다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태종대와 피란역사, 커피거리를 거쳐 섬 전체를 문화관광 브랜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스토리노믹스'다.

근현대사의 굴곡이 녹아 있는 영도의 역사와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며 사람을 불러들이는 경제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제 영도는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문화관광으로 사람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양산업과 교통, 공공기관 이전, 북항 재개발 효과까지 하나의 성장축으로 묶어 지역경제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이다.

민선 9기 김철훈 영도구청장이 내놓은 구상은 이를 압축한 단어 하나로 설명된다.

'영도노믹스(Yeongdo-nomics)'.

문화관광의 성공 위에 산업과 일자리, 정주인구를 더하는 영도형 성장모델이다.

스토리노믹스, 영도 경제의 첫 단추

영도노믹스는 이미 만들어진 기반 위에서 출발한다.

영도다리와 태종대, 절영목장, 흰여울문화마을, 피란민의 삶이 남은 골목, 깡깡이예술마을, 그리고 커피거리까지.

영도는 부산 어느 지역보다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와 영도구가 함께 추진했던 스토리텔링 사업은 이러한 역사자원을 관광상품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고, 오션뷰 카페와 커피문화는 영도를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성장시켰다.

단순히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가 소비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스토리노믹스'가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관광만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철훈 구청장이 내놓은 해법은 그 다음 단계다.

이제는 '영도노믹스'…산업과 교통을 묶는다

김 구청장은 민선 9기 핵심 과제로 봉래산터널 개통과 해양신산업 복합단지 조성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봉래산터널은 영도 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민선 7기 당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설계비 73억 원까지 확보했지만 지난 4년간 사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김 구청장은 "올 하반기 보상 절차를 시작해 2032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며 "영도의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해결하고 부산항선과 연계해 원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이 바뀌면 산업도 따라온다는 계산이다.

청학동 옛 한국타이어 부지에는 7000억 원 규모의 해양신산업 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이곳에는 해양 ICT와 AI, 로봇 기업 등이 입주해 기존 수리조선 중심 산업을 첨단 해양산업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구청장은 이를 두고 "녹슨 톱니바퀴에 인공지능의 기름을 부어 영도의 경제 엔진을 다시 돌리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해수부 이전…영도는 해양행정 중심을 노린다

영도노믹스의 또 다른 축은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이다.

김 구청장은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6곳을 영도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미 영도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립해양조사원 등 13개 해양 관련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추가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해양행정과 연구, 산업 기능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된다.

구 부산남고 부지와 KT동삼빌딩 등 즉시 활용 가능한 공간도 확보돼 있다는 게 영도구의 설명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핵심 기능을 영도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관광도 '스쳐가는 섬'에서 '머무는 섬'으로

관광 전략도 달라진다.

김 구청장은 태종대를 단순 관광지가 아닌 체류형 해양관광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해양레저스포츠센터와 오션플라잉 테마파크, 해양치유센터를 연계해 치유형 해양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빈집을 활용한 '영도 스테이', 워케이션센터, 산복도로 정원벨트 조성도 함께 추진된다.

관광객이 하루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스토리'를 넘어 '경제'로…영도의 두 번째 실험

영도는 부산 원도심 가운데 가장 먼저 스토리텔링으로 도시를 살린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제 김철훈 구청장이 꺼내든 카드는 그 기반 위에 산업과 교통, 공공기관 이전을 더하는 '영도노믹스'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영도는 더 이상 관광섬에 머물지 않는다.

해양신산업과 해양행정, 체류형 관광이 결합한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스토리노믹스가 영도의 과거를 자산으로 만들었다면, 영도노믹스는 그 자산을 일자리와 산업으로 연결하는 두 번째 실험인 셈이다.

여기에 HJ중공업의 MRO 사업이 더해졌다.

조선업 침체로 오랫동안 멈춰 섰던 영도 조선소에 선박 수리·정비(MRO) 사업이 재가동되면서 해양산업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북항 2단계 재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영도로 흘러올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영도노믹스의 핵심, 한국타이어 부지

이 모든 구상의 중심에 옛 한국타이어 부산공장 부지가 있다.

영도구 청학동에 자리한 옛 한국타이어 부지(8만9578㎡)는 북항 3단계 항만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핵심 입지다.

LH와 부산시, 영도구가 공동 시행자로 총사업비 2902억 원을 투입해 2025년 착공, 2027년 부지조성 완료 및 분양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부지에 들어설 것들이 영도노믹스의 청사진이다.

중소형 선박·자율운항·조선기자재 기업 유치와 해양과학기술 상용화 플랫폼, 해양 R&D시설과 창업지원시설이 핵심이다. 근로자와 창업자를 위한 공공주택, 문화·체육 등 생활 SOC시설도 조성된다. 커피산업 육성을 위한 물류·유통·제조시설을 결합한 커피 팩토리도 구상 중이다.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 9개사·4개 협회, 커피 관련 기업 20개사, 문화기업 마나그룹 등과 MOU를 체결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단순한 공업지역 재생을 넘어 IT·해양신산업·커피산업·문화관광이 공존하는 복합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동삼혁신지구 내 13개 해양수산 연구개발 기관 클러스터와 연결되면 글로벌 해양신산업 허브로의 도약도 가능하다는 게 부산시의 기대다.

김철훈이 직접 민선 9기 승부수로 내걸다

김철훈 구청장은 선거공약에서 청학동 옛 한국타이어 부지 해양신산업 복합단지 조속 추진을 5대 핵심과제 첫 번째로 제시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범구민추진위원회 구성도 함께 밝혔다.

민선 7기에 이 부지 개발의 씨앗을 뿌렸던 김 청장이 민선 9기에 직접 수확을 거두겠다는 의지다. 민선 8기 동안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202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도 행정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였던 2025년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과제는 속도

영도노믹스의 그림은 선명하다. 문제는 실행 속도다.

한국타이어 부지 개발은 2019년 시범사업 선정 이후 7년째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유치 역시 해수부-부산시 정책협의회가 사실상 멈춰 선 상태에서 진전이 없다. 북항 3단계 재개발 역시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영도는 스토리노믹스로 문화관광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는 그 위에 산업과 일자리를 올려야 하는데 핵심 사업들이 행정 절차에서 반복적으로 묶이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도노믹스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

영도다리에서 커피거리로, 커피거리에서 해양신산업 복합단지로 — 그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날 김철훈 구청장의 영도노믹스는 완성된다. 민선 9기 4년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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