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우연히 카메라에 찍힌 문자”…정치인이 속내를 드러내는 방법?

입력 2022-07-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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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과는 달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사견을 주고받은 것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과 나눈 문자가 기자단의 카메라 포착된 것. 우연히 공개된 이 문자에 당 안팎에서는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노출되는 일은 그간 종종 있어왔다. 보통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공간에서 사적 메세지를 보내는다는 것 자체가 고의라는 의혹도 적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공동취재사진)

카메라에 포착된 尹 본심

평소 윤 대통령은 당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그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한 문자 메시지가 26일 포착됐다.

이 대표 중징계 사태를 둘러싼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작용설과도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메시지는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텔레그램에서 주고받은 것으로,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 있던 권 대행의 휴대전화 텔레그램 화면이 사진 기자에 포착되면서 공개됐다.

공개된 화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에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발신자는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돼 있었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화창 하단에는 과일 체리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이 떠 있었다. 발신자는 윤 대통령인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 이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 상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고수해온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언급이 공개된 셈이다.

사진 화면상에 나타난 발신시간 표시로 볼 때 윤 대통령과 권 대행 간 문자 메시지가 오간 것은 오전 11시대였다.

▲2020년 5월 20일 당시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미래한국당 최고위원 시절)의 문자메세지를 읽고 있다.(뉴시스)
▲2020년 5월 20일 당시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미래한국당 최고위원 시절)의 문자메세지를 읽고 있다.(뉴시스)

문자를 엿보면 당 의중 파악

우연히 포착된 문자 메시지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던 적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과거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도 문자 포착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정 의원은 2020년 미래한국당 최고위원 시절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통합당·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구설에 올랐다.

두 당이 합당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당 내 유일한 재선 당선자인 정 최고위원은 통합당 원로인 김 의원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내면서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2020년 5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의 문자를 확인했다. 정 의원은 문자에서 “부족한 생각이나마 참고하길 바란다”며 “적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이 전략의 요충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여당(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의 존재를 가장 불편해하며 합당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의 주문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했다. ‘대여 투쟁’을 위해 지금 바로 합당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또 “지금 여당의 주문대로 바로 합당하는 것은 스스로 한국당이 떳떳하지 못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여권에선 “겉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이들이 합당 지연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 의원은 문자와 관련 “지인이 참고하라고 전달해준 문자를 통합당 원로인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2016년 1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뉴시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2016년 1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뉴시스)

당 대표 굴욕 안긴 ‘충성’ 문자 사건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주고받은 ‘충성’문자 사건도 유명하다.

2016년 11월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으로 떠들썩했던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사 카메라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던 이정현 대표는 박지원 대표에게 ‘죽을 때까지 존경하게 해달라’ ‘충성충성충성’ ‘죄송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박지원 대표는 ‘그러니까 잘해’. ‘나 말고 대통령에게 충성하라’고 답했다.

문자는 당시 시국과 관련, 박지원 위원장이 이정현 대표를 ‘박 대통령의 비서’라고 공격하자 이정현 대표가 읍소성 항의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준석 대표는 SNS를 통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태수습을 위해 사퇴하지 않고 있다는 현 지도부의 사태수습 방식이 이런 읍소나 야합이라면 없던 기대치가 더 사라진다. 진박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철이나, 공천 시즌이 되면 이런 사고(?)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에 정치인들의 문자 메시지 노출이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속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정치인들은 평소 휴대전화 보안에 만전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대화를 나눈 채팅 앱도 보안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자 메시지가 정치인의 속내를 흘리는 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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