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출퇴근만 4시간”...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보는 경기도민의 애환

입력 2022-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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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걔가 경기도를 뭐라 한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여자친구와 헤어진 창희(이민기 분)는 친구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창희는 자신이 이별한 이유마저 본인이 경기도에 사는 것에서 찾는다. ‘노른자’인 서울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창희와 미정(김지원 분), 기정(이엘 분)은 경기도 산포시에 사는 삼 남매다. 산포시는 작품 내에서 설정한 경기도 가상의 도시다. 산포시가 어디냐는 질문을 지겹도록 들은 미정(김지원)은 그저 “수원 근처요”라고 답할 뿐이다. ‘노른자’에 사는 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해봤자 어차피 못 알아들을 테니. 경기도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다.

산포시에 사는 삼 남매는 매일 출퇴근에 4시간을 보내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어디에도 속박돼있지 않지만 ‘해방’을 꿈꾸게 된 이유다. 작품의 주 서사는 미정과 구 씨(손석구)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로맨스지만, 작품 곳곳에는 경기도민이 겪는 불편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포스터.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포스터. (사진제공=JTBC)
삼남매는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출근한다. 밝을 때 퇴근해도 집에 도착하면 깜깜한 밤이다. 집이 멀어서 사내 동아리에 들어가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저녁 약속이 있거나 회식이라도 생겨 막차를 탈 수 없는 날에는 세 사람이 모두 강남역에 모여야 한다. 비싼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장면 하나하나에 경기도민의 애환이 묻어난다.

2020년 4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출근하는 경우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는 평균 1시간 27분이 걸렸다. 인천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30분, 경기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 24분이 걸렸다. 지역 내에서 이동하는 경우 서울은 47분, 인천 50분, 경기 1시간 36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편도 기준이다. 게다가 국토부 조사는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만 잰 것이다. 따라서 삼 남매처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우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에는 최소 3시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한 달에 20일을 출근한다고 하면 1년에 720시간이다. 즉, 30일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인생의 12분의 1을 출퇴근에 쓰고 있는 경기도민에게 ‘교통’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수도권에 지하철역이 새로 생긴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주변 지역의 집값이 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인근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GTX-C 노선이 지나갈 예정인 의왕시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38.02%로 전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같은 노선이 지나가게 되는 시흥시(37.26%), 안양시 동안구(33.81%)가 이었다.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는 후보들도 앞다퉈 교통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핵심 공약은 ‘GTX 플러스 프로젝트’다. 서울에 가로막힌 경기도의 동서남북을 직선으로 뚫겠다는 내용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도 GTX 노선 조기 완성을 공약 목록의 가장 첫머리에 내세웠다.

경기도민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 역시 교통과 관련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2~3일 경기도 내 만 18세 이상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경기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광역교통망 확충(23.5%), GTX노선 연장 및 추가 신설(17%)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사진제공=JTBC)
‘나의 해방일지’는 결말까지 6화를 앞두고 있다. 극 초반엔 경기도민으로 대변되는 ‘주변인’들의 삶을 비추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미정과 구 씨가 서로를 ‘추앙’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정은 여전히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출퇴근한다. 딱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미정의 표정이다. 표정이 없다 못해 우울해 보이기까지 하던 미정은 출근길 구 씨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사랑이 지루한 출근길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출근 시간 ‘지옥철’에 몸을 구겨 넣고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녹초가 된다면 아무리 사랑을 한들 행복할 수 있을까. 4시간 출근길 고통을 이길 사랑은 없다. 경기도민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확실한 방법은 열악한 교통을 개선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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