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처음이라 희망적이다

입력 2022-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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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딸아이가 두 살 무렵 생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맛을 보고 나서 두 눈이 동그래지며 입맛을 다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좋고 즐거웠던 것의 처음 경험은, 웬만해선 이후에 다시 느껴볼 수 없을 만큼 특별한 것이다. ‘처음이라’ 더 할 수 없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심(初心)을 간직하려는 것 같다.

반면에 나쁘고 고통스러운 것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훨씬 더 힘들고 아프다. 코로나 PCR 검사를 위해 선별검사소에서 강제로 코를 찔려야 하는 아이의 공포 섞인 울음소리를 생생히들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곳에서 줄 서 있던 우리는 그 아이의 두려운 모습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쳐다보았을 것이다.

조현병과 같은 정신증은 청년기 혹은 성인 초기에 많이 발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예민해지고 짜증 나고 불안한 모습이다. 그리고 학업이나 일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때로는 이상한 생각에 휩싸이고 환청까지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상담을 받거나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주위의 권유로 찾아간 정신과 병원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을 때, 대체로 당사자나 그 가족은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잠시 부정하는 정상적 반응이다. 이후에 정신증과 조현병을 조금씩 알게 되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충격과 좌절에 빠진다. 처음이니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정신증의 잦은 재발로 장애를 동반하는 ‘만성’ 상태와 이와는 사뭇 다른 ‘초발’ 상태를 섬세하게 구분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이 초발이니 주위에서 이를 알고 빨리 조치해 주고 조기에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별한 관심과 지원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더 빨리 회복하고 장애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처음이라 더 힘들 수 있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더 희망적이다. 선별검사소에서 발버둥 치는 아이에게서 우리가 느꼈던 동병상련의 연민이, 마음 아픈 청년들을 위한 작은 희망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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