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푸틴, 전승절에 무슨 일 벌일까

입력 2022-05-09 11:21 수정 2022-05-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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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앞두고 7일(현지시간) 리허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을 앞두고 7일(현지시간) 리허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에서 구한다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전 세계 이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에 우크라이나 침공 성과를 어떻게 포장할지 지켜보고 있다. 푸틴의 발언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애초 계획은 전승절인 9일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을 살릴 수 있었다. 푸틴은 2월 24일 침공 전, 우크라이나가 나치 세력에 장악됐다며 특별 군사작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5년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독일 나치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에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침공의 명분을 살리고 푸틴의 업적을 쌓는 좋은 구실이 될 게 분명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나치 세력에 장악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영토 점령의 명분에 불과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석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푸틴이 전승절에 내세울 만한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하고 있지만 수도는커녕 북쪽 도시 점령에 실패했고 동부 전선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두 달간 러시아군 2만4000명이 사망했고 탱크 1000대, 무장차량 2600대, 항공기 수백 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CNN은 해당 수치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러시아군 전력이 약화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자부심인 미사일 순양함 ‘모스크바’를 드론으로 격추시켰다. 서방 사회는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해 단결력을 강화, 대러 제재를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 탱크와 군용차량들이 전승절 리허설을 위해 4일(현지시간) 붉은광장을 향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러시아 탱크와 군용차량들이 전승절 리허설을 위해 4일(현지시간) 붉은광장을 향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끝까지 싸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밀리 페리스 연구원은 “러시아 실패의 주된 원인은 운송 문제에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철도 거점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상군은 주로 철도를 이용해 모든 병력, 무기, 탱크를 이동시키는데 주요 거점 통제에 실패하면서 비포장도로에 의존해야 했다는 것이다. 온화한 날씨 영향으로 도로가 녹으면서 트럭과 탱크들이 진흙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수리 보수를 위해 러시아로 이동시키는 것도 어려워 버려졌다.

목표를 수정해 화력을 집중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고전 중이다. 친러 성향 반군들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남동부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에서도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 장악을 선언했지만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남아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인 대피가 이뤄진 가운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는 우크라이나 무장조직인 아조브연대와 100명의 해병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리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남동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는 광활하다”며 “(러시아가 목표로 삼고 있는) 남부 육로 통로 설치도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5월 9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5월 9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전면전 선언 가능성

푸틴이 전승절에 성과라고 강조할 만한 것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이유로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포장을 벗기고 노골적으로 전쟁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이 전승절에 전쟁을 선언, 전세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선언할 경우 민간인 징집병을 포함한 러시아 전투기의 대규모 동원이 가능해진다. 러시아는 월러스의 전망에 대해 ‘헛소리’라며 일축했지만 치적으로 내세울 성과가 약한 상황에서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러시아 내부 분위기는 현실과는 ‘딴판’이다. 러시아 정부가 장악한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 여파로 러시아 비영리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 조사 결과, 러시아인들의 68%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지지율은 82%까지 치솟았다.

정치 컨설팅회사 아르폴리틱스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설립자는 “러시아 매체를 도배 중인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획대로 되고 있으며 성과도 있다는 내용”이라며 “푸틴이 굳이 전승절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론이 우호적”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3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전쟁, 공격, 침공으로 부르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군 활동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 이후 러시아 내 반전 시위도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푸틴이지만 국내 '거짓' 여론을 기반으로 전승절에 무슨 일을 벌일지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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