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상담소] 단점에 가려진 장점

입력 2022-04-2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단점은 절대 보완되지 않아. 단점을 보완시키려면 장점을 키워야 해.” 영화 ‘야구소녀’에서 주인공 수인에게 코치가 한 조언이다. 결국 수인은 여자의 신체조건으로 더는 어려운 강속구 대신에 자신의 장점인 제구력을 활용한 너클볼을 연마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수인은 남자들만의 프로 야구단에 입단하게 된다. 이 영화는 실제 우리나라 1호 여자 야구선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원래 동물은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빨리 파악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야 상대의 단점을 빨리 제압하여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상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빨리 보게 되고 그것을 지적하고 질타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노출된 단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더구나 단점에 저항하는 삶은 힘들고 험난하기 그지없다.

단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려는 것은 약육강식의 본능적 생존경쟁 방식이다. 반면에 장점을 지지하고 그것을 키우는 것은 상호연대와 공존의 방식이다. 대신에 장점들의 공존이 지속하려면, 생존경쟁의 본능을 넘어서기 위한 의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타인의 장점을 찾고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함이 겸비되어야 한다.

우리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장애 회원들은 삶의 결핍과 상처로 인하여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각자에게 내면화된 단점들은 불안, 우울, 환청, 망상과 같은 증상들로 드러난다. 그들은 평소에 위축된 모습으로 자기 얘기를 꺼내는 것에 소극적이곤 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회원과 직원 20여 명이 모이는 마을 회의는 ‘칭찬하기’로 시작된다. 그달의 칭찬받기 주인공을 선정하여 그가 가진 장점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얘기해 주는 것이다. 정신장애라는 단점에 노출된 회원일지라도 조금만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가 가진 장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렇게 20개가 넘는 칭찬을 찾아서 나누면 어느새 존중과 참여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 시간에 본격적으로 서로의 진솔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아니 대체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가려져 있을 뿐이다. 장점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했던 ‘자기실현적 행복’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부산‧광주‧대구 ‘휘청’…지역 뿌리산업 덮친 ‘회생‧파산 도미노’
  • 홍콩은 거래 시작인데…美 이더리움 현물 ETF는 5월 승인 ‘먹구름’
  • HLB, 간암 신약 美FDA 허가 초읽기…‘승인 확신’ 이유는?
  • ‘휴진’ 선언한 서울대병원…우려한 진료 차질 없어 [가보니]
  • “주담대 선택할 땐 금리가 가장 중요…고정금리 선호도 올라”
  • 산은이 '멱살' 잡고 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D-데이'
  • 소주·맥주 7000원 시대…3900원 '파격' 가격으로 서민 공략 나선 식당들 [이슈크래커]
  • 근로자의 날·어린이날도 연차 쓰고 쉬라는 회사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4.30 15:0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949,000
    • +1.03%
    • 이더리움
    • 4,500,000
    • -1.42%
    • 비트코인 캐시
    • 654,500
    • -0.83%
    • 리플
    • 730
    • +0.83%
    • 솔라나
    • 192,200
    • -1.44%
    • 에이다
    • 645
    • -0.62%
    • 이오스
    • 1,153
    • +2.58%
    • 트론
    • 170
    • -1.16%
    • 스텔라루멘
    • 159
    • -0.6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200
    • -0.7%
    • 체인링크
    • 19,880
    • -0.55%
    • 샌드박스
    • 626
    • -0.9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