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후진국 대한민국, OECD 발생률 1위 '불명예'

입력 2022-03-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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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질병관리청)
(자료제공=질병관리청)

후진국형 질환으로 여겨지는 결핵(Tuberculosis)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한 국가 2급 감염병이다. 주로 폐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 또는 비말핵이 공기 중으로 퍼져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을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3대 집중 관리 질환으로 정하고 전 세계적인 퇴치사업을 펼친다. 매년 3월24일은 WHO가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World TB Day)’로 올해 주제는 ‘결핵 퇴치를 위한 투자, 생명을 구한다’이다.

우니나라의 경우 매년 환자수가 줄고는 있으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의 한국

24일 질병관리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결핵환자 수는 1만8335명으로 2011년 1만9933명 대비 8.0% 줄었다. 10년 전인 2011년 신규 결핵환자 수 3만9557명보다 절반 이상감소했다.

발생률로 보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인구 10만명 당 신규 결핵환자 비율은 2020년 38.8명, 2021년 35.7명을 기록했다. 물론 10년 전인 인구 10만명 당 78.9명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전체 결핵 발생률의 경우 2020년 인구 10만명 당 49.4명, 지난해 44.6명에 달했다. 또 결핵 사망자는 2020년 1356명으로 사망률에서는 OECD 3위다. 후진국형 질환으로 여겨지는 결핵 관련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자료제공=질병관리청)

박재석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관리사업단장(단국대병원 교수)은 “결핵은 감염이 발생하면 바로 발병하지 않고 수 십년에 걸친 다양한 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과거 6.25전쟁과 낮은 보건환경으로 결핵환자가 많았다. 이 때 많은 국민들이 결핵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이어 “경제발전과 함께 범국가적인 결핵관리사업에 힘입어 발생률이 꾸준히 감소세이지만 과거에 감염된 노인 연령층에서 결핵환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결핵 발생률이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결핵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질환 발생률 가능성도 높다. 실제 WHO에 따르면 2019년 결핵 환자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141만명이었으나 2020년 149만명으로 5.6% 늘었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결핵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적극적인 결핵검진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도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결핵 신규 발생이 높고 여전히 결핵 퇴치에 위협이 되고 있다. 국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결핵의사환자의 의료기관 기피와 진단 지연 등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핵은 최소 6개월 이상 장기 치료를 하는 경우 환자의 60% 이상이 치료 후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환자들이 약을 기피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다. 이로 인해 결핵 재발이나 치료 실패로 이어져 치료가 더 까다로운 다제내성결핵으로 발전하거나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으로 심화될 수 있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치료에 사용되는 이소니아지드와 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다. 치료성공률은 50% 정도로 치료 효율이 낮고 2차 약제는 1차에 비해 부작용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가 어렵고 사망 가능성이 높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은 다제내성 결핵 중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 중 적어도 한 가지, 항결핵 주사제 중 한 가지 이상 동시에 내성을 보인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2020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제내성결핵과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의 발생률과 치료 성공률은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다제내성결핵 환자 발생률은 전 세계 4위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성공률은 2017년 64.7%였지만, 70~8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조기진단이 중요…치료 시 꾸준한 약 복용으로 악화 막아야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이런 가운데 새로운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아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에 새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비아트리스 코리아의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제 '프레토마니드'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치료제 불내성 또는 비반응성 다제내성 폐결핵 성인 환자에 대한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와의 3종 병용 요법(BPaL)이다.

비아트리스에 따르면 프레토마니드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6개월 만에 다제내성결핵 환자군에서 92%,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환자군에서 89%의 치료 효과를 보였다. 현재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플루오로퀴놀른계 항생제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치료, 복약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단장은 “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결핵약을 6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결핵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결핵은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결핵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핵 예방과 관련 박 단장은 “결핵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 가래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며 “결핵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공기로 전염되는 감염병이다. 마스크 착용과 기침 예절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WHO “전 세계적 결핵 진단·치료 투자 확대해야”

(사진제공=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제공=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전 세계적인 결핵 치료와 연구에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는 이날 발표에서 15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결핵 감염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결핵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소아·청소년 결핵관리 최신 지침을 제시했다.

WH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결핵에 감염된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약 63% 가량이 결핵 진단과 치료에 접근하지 못했거나, 공식 보고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어린의 경우 비율이 72%로 더 높았다.

WHO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아동과 청소년들에 대한 결핵 치료 접근성을 복원하기 위해 각 국가에 경보를 발령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소아·청소년 결핵 관리 지침을 공개했다. 세부사항으로는 ▲소아·청소년 결핵 진단을 위한 초기검사로 신속한 분자진단 ▲심각하지 않은 약물 감구성 결핵 소아·청소년 치료 기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 ▲결핵 뇌수막염 현행 12개월 대신 6개월 요법이 권장 등이다.

정부도 2030년 결핵퇴치 단계 진입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추진하며 결핵 퇴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65세 이상 감염 취약대상을 찾아가는 결핵검진 실시, 가족 및 집단시설 내 역학조사를 집중 실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을 위한 ‘결핵안심벨트’ 사업 참여의료기관 확대 등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4일 열린 제12회 결핵예방의 날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이 아직까지 가장 높고, 결핵은 코로나19와 더불어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퇴치해야 하는 감염병”이라며 “국민이 결핵으로부터 안전하고, 결핵환자는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결핵 예방·관리 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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