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익과 공정성 사이

입력 2022-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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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부국장 겸 산업부장

해외 취재 갈 때마다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공직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이 해외에 나가면 국익과 상관없이 너무 공정해 외국인들이 ‘넘버원’이라고 말한다.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나 국민연금 투자 사업에 국제사회가 권고한 공정한 입찰을 잘 지키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예전 라오스에서 만난 일본 국제협력단 자이카(JICA) 담당자도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한국기업 우선이 아닌 공정한 국제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고 칭찬했다. 일본은 국익을 위해 일부 사업은 국제입찰을 통하지 않고 자국 기업을 선정해 사업에 참여시킨다는 말도 함께했다.

2014년 캄보디아 파업 유혈진압 사태 때도 현지 언론은 가만히 있는데 한국 노동단체와 국내 언론들은 책임론을 내세우며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을 집중 비판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비판에 캄보디아 교민들은 앞장서서 한국 대사관 편을 들어 국내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취재차 캄보디아에 갔을 때 그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현지 한국 봉제 기업들은 30~40% 임금 인상을 단행했는데도 노동자들이 두 배 가까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에서 시위가 촉발된 것도 아니고 대사관이 강경 진압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한국 언론과 노동단체들이 오히려 한국 대사관과 기업들을 싸잡아 비판해 국제 망신을 시켰다고 한다.

해외 진출 기업 담당자를 만나다 보면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탄한다.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통하는 사회여서 국익이 개인 공정성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인은 유독 개인 공정성이 국익보다 더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외국인들은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다. 국내에서 바라봤을 땐 공정성이 없던 사람도 해외에 나가면 없던 공정성이 살아나는 모양이다. 특히 외교부에 대해선 외교부 입장만 있을 뿐 우리 기업 이익이나 국익은 뒷전에 두는 외교 형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특파원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협력에 관한 장관회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 당국자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론만 고집했다고 한다. 러시아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 특파원을 만나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고 한다. 유럽 현지에서 러시아 제재에 한목소리를 내는 주요 국가들과 결을 달리하는 용감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미국의 역외통제(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국에서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자 급하게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다.

이 같은 외교부의 모습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한 외교부가 아니라 외교부를 위한 외교부라는 말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부 개혁을 주장하지만, 개혁이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외교부 공무원들의 힘이 세긴 센 모양이다.

대학 시절 수강한 국제법 첫 강의에서 국제법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법률이라고 배웠다. 국익 앞에서는 국가 간 조약이나 협약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외교전이 중요하다고 교수님이 강의했었다. 개인의 공정성보다 국익이 더 앞서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오늘은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날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외교전이 중요해진 현실에서 누가 국익을 위해 더 잘할 수 있는지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미·중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자국 우선주의,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자칫 뒷북 외교나 국익을 무시한 외교를 한다면 기업이나 국민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체면이나 개인 공정심에 사로잡혀 외교전에서 대쪽 행보를 보이는 대통령을 뽑는다면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누가 국익을 위해선 자신의 체면이나 공정심도 버릴 줄 아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잘 판단해 투표권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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