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다시 김대중을 생각하며 ‘킹메이커’

입력 2022-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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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나의 어린 시절에 ‘김대중’이란 이름은 불온과 동일시되었으며 그 자체로 반역의 음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유신 이후 권력자들이 그에게 덧칠한 이미지 때문이다. 1924년생인 그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맞부딪쳐 싸우며 기어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고, 드라마와 영화로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고 있다.

그간 많은 영상제작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도쿄에서 납치되어 긴박했던 순간을 담은 영화 ‘KT’도 있었고, 최근에 어렵게 개봉한 ‘이웃사촌’도 동교동 사저에 감금되었을 때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영화였다. 그를 다룬 다큐는 더 많다.

영화 ‘킹메이커’는 김대중이 영화 전면에 나온 명실상부 첫 번째 영화다. 제목은 ‘킹메이커’이지만 사실상 주인공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권모와 술수를 피하지 않았던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아니고 바로 킹이 되고자 했던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의 이야기다.

1961년 강원도 인제 보궐선거. 서창대는 김운범의 거리 연설을 듣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의 뜻에 반해 선거 캠프에 합류하여 기발한 선거 전략으로 그의 첫 국회의원 당선을 돕는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은 이몽(異夢)을 꾸었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이기셔야 합니다”라며 날을 세운 서창대와 “어떻게가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지가 중요한 법”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김운범은 이상과 현실이라는 갈림길을 마주하고 예정된 균열에 다다른다.

‘킹메이커’의 서창대는 실제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이다. 김대중이 정치인의 자질로 얘기했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중에서 엄창록은 ‘현실감각’만을 차용한 것이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김대중이 85회 생일에 일기에 쓴 글이다. 정치가 김대중의 삶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거다.

작금의 ‘비호감 대선’을 보면서 DJ 같은 큰 정치가의 풍모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디 나뿐이겠는가?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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