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글로벌 혁신] 글로벌 디자인 혁신 트렌드

입력 2022-02-25 05:00 수정 2022-02-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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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지난 칼럼에서 더욱 진화되고 사용이 쉬워지는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불러오는 테크니컬 디자인 능력의 대중화를 지적하며, 이런 방향성이 점점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짚어 보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가 글로벌 환경에서 느끼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점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 변화의 감지, 그 변화를 예측하고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디자이너와 상품 개발자에게 사회와 사회 구성원 사고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세심히 관찰·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태생)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생)가 점점 주요 마켓으로 자리잡고 소비를 이끌어가며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인생의 가치와 소비를 연결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현상이지만, 특히 이 세대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소비를 존중하고, 이런 가치를 구현하는 상품과 디자인에 반응한다. 이에 디자이너로서 간과해서는 안 될 글로벌 환경에서 떠오르는 가치 변화를 몇 가지 짚어 보겠다.

먼저 포용(inclusivity), 다양성(diversity)과 사회정의(social justice)에 대한 인지와 중요성이다. 사회적으로 약자를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해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해 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일단 다수(majority)와 다르다는 점을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로 인종, 성별, 성 정체성, 신체 장애, 외모, 계층 등이 거의 전 세계가 함께 보여주었던 차별의 근거이다. 이런 차별이 사회 기저의 문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있어 왔지만, 대세적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이는 바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와 행동 성향 때문이다. 이들은 그들의 부모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의 발달로 사회 이슈에 더욱 민감하다. 생활을 꾸리기 바쁘고 가족경제 성장에 집중하며 소득이 성공의 지표였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신이 믿는 가치를 표현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여러 예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들 세대의 주요 소비 대상인 가상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을 들여다 보자. 가상공간의 주요 상품인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캐릭터 디자인인데, 이전에는 보통 화려하고 잘생기고 성별이 확실한 가상 아바타가 많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캐릭터의 모양과 그 안에서 나누는 대화의 포용성이 큰 게임들이 유저를 잘 지키고 또 늘리고 있다. 성별이 불분명한 인간 형태의 캐릭터는 물론 다양한 인종의 조합과 신체의 표현들이 많아지고, 특히 이런 공간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존경과 평등성, 다름의 존중 등을 강조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이 중요해졌다.

더불어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무시해서는 안 될, 이들의 사회 문화 속성에 연결된 트렌드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P2P(Person to Person, 개인과 개인 간) 비즈니스이다. P2P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예로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들 수 있다. 내가 쓰던 물건을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직접 파는 것으로, 많은 경우 재고가 거의 없이 진행된다. P2P는 반드시 쓰던 물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중국의 위챗(WeChat)처럼 개인이 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사와 쟁여두고 다른 개인에게 파는 모델도 포함된다.

코로나가 가속화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P2P 비즈니스가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인적인 고민과 정신과적 상담을 전문가가 아닌 P2P 플랫폼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받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이들 세대가 병원이나 경찰 등 기존 사회적 인프라에 해당하는 기관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고, SNS와 함께 커 온 세대로 인터넷을 통해 안면이 없는 사람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P2P 비즈니스의 인터랙션 디자인은 정신 상담 전문병원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전문가의 신뢰와 친구의 신뢰는 조금은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디자이너가 앞으로 더 큰 관심을 보여야 하는 사회 변화는 환경에 대한 문제, 참을성이 점점 줄어드는 소비 패턴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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