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 임박했나

입력 2022-02-18 14:55 수정 2022-02-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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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유치원이 17일(현지시간) 포격을 받았다. 루간스크/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유치원이 17일(현지시간) 포격을 받았다. 루간스크/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일부 병력을 철수했다고 밝힌 후 돌아가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공격이 잇따랐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2인자를 추방했다. 미국에 안보 협상 관련 답변도 보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추측하는 요인으로 우선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서 수상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작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포격이 오후까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루간스크의 포파스나를 포함해 25개 지역에서 최소 47건의 휴전협정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이 포격됐다. 3명의 선생님이 부상을 입었으며 내부에 어린이 20명가량이 있었지만 지하실로 대피해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22mm 포탄이 학교 운동장에도 떨어졌다. 두 명의 군인과 버스 정류장에 있던 여성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지역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자칭 공화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대립하는 곳으로 충돌이 일상화되기는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루 새 교전 지역을 따라 수차례 포 공격이 이뤄지는 것은 최근 몇 달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인 마리아 졸키나는 NYT에 “장거리이고 동시다발적인 공격이었다”면서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공격은 오후 들어 러시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루간스크 지역에서 재개됐다.

루간스크 이외 또 다른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은 18일에도 정부군이 현지 시간으로 오전 5시 30분 도네츠크의 한 마을을 겨냥해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에 1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인 웅덩이를 공동통제조정위원회(JCCC)가 조사하고 있다. 루간스크/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에 1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인 웅덩이를 공동통제조정위원회(JCCC)가 조사하고 있다. 루간스크/AP연합뉴스

NYT는 이 같은 갑작스러운 공격 주장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구실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정보를 더 취합 중이라면서도 그동안 러시아가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일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분리주의 세력이 정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대량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서방사회가 그동안 예측했던 시나리오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러시아가 해당 지역 불안을 들어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분리주의 지역 거주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5만 명이 러시아 시민"이라며 "러시아 시민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공격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는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2인자를 추방한 것도 심상치 않다. 주러 미 대사관 공보관은 “러시아가 부대사인 바트 고먼을 추방했다”면서 “고먼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의 2인자였으며 대사관 지도부의 핵심 인사였다”고 밝혔다.

미국은 부대사 추방 조치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고 외교적 노력을 방해하는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지역의 공격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에 안전보장 협상 관련 답변서를 때맞춰 보낸 점도 미심쩍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에 보낸 답변 내용을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했는데 기존 자신들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서면 답변에서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고, 파견된 모든 서방 군사고문과 교관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어떠한 연합훈련도 하지 말고, 이전에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모든 외국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밖으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분쟁 해결을 위해 서명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이행하도록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중·동부 유럽에서 나토 자산 철수 등 기존 요구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가 병력 철수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점도 우려스럽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병력 철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일련의 사건들이 러시아의 공격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안보리 공개 회의 발언에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그는 러시아가 공격의 구실을 지어내고 대응을 명분으로 최고위급 비상 회의를 소집한 뒤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러시아의 미사일과 폭탄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떨어질 것이라며 통신 수단은 가로 막히고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핵심 기관들이 차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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