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자산재평가 하면 만사 OK?

입력 2022-01-19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자본시장2부 차장

2021 회기 결산을 앞두고 작년 연말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산재평가를 잇달아 결정했다. 특히 전년보다 자산재평가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작년 11~12월 자산재평가 실시를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10곳이다. 전년 같은 기간 자산재평가를 결정했던 상장사가 2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400%에 달한다.

자산재평가란 기업이 가진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현재 가액과 장부가액 간 많은 차이를 보일 경우 해당 자산을 단어 그대로 재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자산재평가가 증가 배경으로는 문재인 정부 이후 급등한 부동산 시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의 현실화 작업을 계속해왔다.

자산재평가를 통해서는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 10억 원을 들여 매입한 토지를 재평가를 통해 20억 원으로 만들었을 경우 10억 원의 재평가 차익은 자본잉여금으로 계상돼 자본총계가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쉽게 하는 것은 물론 이자율을 낮추는 여지가 생긴다.

가령 작년 말 자산재평가를 한 A 상장사는 2019~2020년 영업손실에 이어 작년 3분기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또 100억 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말 플러스 상태였던 잉여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결손금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 역시 200%대에서 300%대로 껑충 뛰어오른 상태다. 게다가 4분기 실적 역시 흑자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재무 안정성은 더 악화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 상장사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100억 원에 조금 모자란 차익을 거뒀다. 이는 고스란히 잉여금으로 더해져 부족한 자본금을 확충하게 된다. 혹여 A 기업이 4분기에 거액의 영업ㆍ순손실을 더 내더라도 이와 상계해 부채비율이 악화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서는 최악의 경우 일부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차익을 냈다는 표면적인 사실로만 주식 투자의 재료로 판단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산재평가를 하는 이유가 재무구조 개선인지, 혹은 자산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 위함인지를 해당 기업의 실적과 비교해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자산재평가와 관련해 주식 투자자라면 기억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재평가 차익금이 반영돼 기업의 자본금이 늘었다고 해도 회사로 현금이 유입된 것은 아니다. 즉 장부상 숫자만 변하는 것으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기업가치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아울러 자산재평가에 따라 늘어난 자본에 대한 세금 부담은 당장 낼 필요가 없는 이연법인세로 분류되지만, 자산을 매각하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 하나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가치가 올랐다고 하면 반대로 시장이 침체하는 경우 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법정상속분 ‘유류분’ 47년만에 손질 불가피…헌재, 입법 개선 명령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뉴진스 멤버들 전화해 20분간 울었다"…민희진 기자회견, 억울함 호소
  • "아일릿, 뉴진스 '이미지' 베꼈다?"…민희진 이례적 주장, 업계 판단 어떨까 [이슈크래커]
  • “안갯속 경기 전망에도 투자의 정도(正道)는 있다”…이투데이 ‘2024 프리미엄 투자 세미나’
  • "한 달 구독료=커피 한 잔 가격이라더니"…구독플레이션에 고객만 '봉' 되나 [이슈크래커]
  • 단독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은 ‘2000명’ 쐐기…대학에 공문
  • "8000원에 입장했더니 1500만 원 혜택"…프로야구 기념구 이모저모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900,000
    • -0.12%
    • 이더리움
    • 4,543,000
    • -0.15%
    • 비트코인 캐시
    • 687,000
    • -2.07%
    • 리플
    • 761
    • -2.06%
    • 솔라나
    • 210,100
    • -3.58%
    • 에이다
    • 681
    • -2.01%
    • 이오스
    • 1,228
    • +2.08%
    • 트론
    • 169
    • +2.42%
    • 스텔라루멘
    • 165
    • -1.7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450
    • -3.31%
    • 체인링크
    • 21,100
    • -1.03%
    • 샌드박스
    • 673
    • -0.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