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대박, 주주에겐 쪽박] ② 개미 반발에도 ‘물적분할+상장’ 러쉬…정치권도 브레이크 건다

입력 2022-01-17 13:19 수정 2022-01-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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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바보나 국내 장에 장기 투자한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문장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로 주가 하락에 크게 덴 동학 개미들이 상황을 자조할 때 쓰는 말로, 최근엔 기업이 알짜 회사를 쪼개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할 때 쓰곤 한다. 모회사의 주가에 이미 자회사의 가치가 반영돼 있는데, 자회사를 따로 떼어내 상장하면 모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자회사 물적분할과 동시 상장’은 기업으로서는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지만, 모회사 주주에겐 날벼락이다. 이는 일반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기업들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기업에 ‘물적분할+상장’은 신의 선물= 이달 말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올해 상장될 SSG닷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회사(차례로 LG화학, 이마트, 카카오)와 물적불할해 상장한다는 점이다. 물적분할은 주로 특정 사업 부문을 독립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업 분할의 한 형태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게 특징이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자금을 끌어모으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로 자금을 끌어오면 이자를 내야 하며,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로서 떨어져 나온 LG엔솔만 봐도 기업 입장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의 장점은 명확하다. 투자업계에서는 LG엔솔은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찍으며 시총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해 “기업에 있어선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자금뿐만 아니라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모회사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물적분할 후 상장’을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든다. 기업들은 인적분할(분할되는 기업의 주식을 모기업의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보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결정함으로써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주주의 지배권과 일반 주주의 배당권이 충돌하는 이슈로 해석했다.

이관휘 서울대학교 교수는 6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주최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토론회에서 “지배 주주(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대립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며 “결국 지주회사 할인(지주회사 자체의 가치가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모두 더한 가치에 못 미치는 현상) 문제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주에게 ‘물적분할+상장’은 봉변= 물적분할로 기존 회사에서 알짜 사업이 빠지면서, 알짜 사업을 보고 기존 회사에 투자한 개미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최고 105만 원에 거래되던 LG화학은 LG엔솔이 상장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면서 지난달 장중 61만1000원(-41.3%)까지 떨어졌다. 최근 증권사들도 줄줄이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낮췄다. 하이투자증권은 100만 원에서 88만 원, 현대차증권은 110만 원에서 90만 원으로 하향했다.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기존 회사의 주가 하락은 LG화학에서만 벌어지는 특이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현상에 가깝다.

기존 회사의 주가가 내려가는 이유는 더블카운팅으로 풀이된다. 기존 회사의 주가에 포함되던 알짜 사업부가 물적분할로 따로 떨어져 나와 상장하면서 기존 회사와 알짜 사업부가 같이 상장된 이유에서다. 즉, 기존 회사는 알짜 사업부가 빠진 껍데기가 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해당 회사들은 여전히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기존 회사 주주들의 피해가 확산할 기미를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중상장에 따른 개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신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 지분에 비례해 신주 우선 배정 등을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면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자를 보호할 때 규정이 복잡할수록 (교정하기) 힘들다”며 “선이 굵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마라, 보호 의무 지켜라’로 (방향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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