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보안범죄심리의 필요성

입력 2022-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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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우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경찰학과 교수

우리는 흔히 ‘산업보안범죄’라 할 때 고도로 숙련된 해커나 전문적으로 조직화된 산업스파이를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범죄는 해커나 산업스파이가 행하는 외부 공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증하듯 과거 물리적ㆍ기술적 보안을 강조하였던 산업보안시스템이 최근 인적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안의식 강화교육 등 인간 중심의 산업보안활동으로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보안범죄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보다는 ‘기술유출의 도구는 무엇이고, 그 경로는 어떠한지’와 같은 기술적 대안을 더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보완하고 있는 인적보안의 핵심도 직원들의 보안의식고취와 관리자들의 관리보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왜 사람들이 산업보안범죄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분석이 부재되어 있다.

산업보안범죄의 결과는 기술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국가안보위협 등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원인을 한 가지로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수사기관에서 파악하는 산업보안범죄의 동기는 주로 개인 영리와 금전 유혹과 같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동기가 가장 많다. 한편 낮은 애사심, 처우불만 등 감정적 동기도 산업보안범죄를 유발하는 심리적 동기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범행동기 분석을 통해서는 산업보안범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금전적 동기를 가진 내부유출자들 중 일부는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회사내 입지가 좁아져 향후 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40~50대들이 많으며, 이들은 주로 더 높은 연봉이나 직위를 보장받고 스카우트되는 형태로 범죄에 가담한다. 그리고 연구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산업보안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들은 주로 조직에서 그들이 기대한 만큼 인센티브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개발한 성과(기술)를 조직에게 빼앗겼다고 앙심을 품고 범죄에 가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산업보안활동의 현실은 직업적 윤리관에 기초한 보안의식 교육에만 치중해 있고, 조직관리체계는 개인의 성과는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한 조직성과를 위주로 예방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산업보안범죄의 예방체계는 산업보안범죄의 본질과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개별 범죄자의 범행동기에 대한 대처와 조직관리를 강조한 법 제도적 보완이 중심이 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보안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업보안범죄의 본질이 단순히 범죄동기를 가진 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유발하는 환경과 결합할 때 비로써 범죄가 완성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즉, 범죄자 개인의 특성보다는 범죄자가 속한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범행동기를 사전에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것에 비해 범죄를 유발하고 억제하는 조직의 환경적 요인들은 예측과 통제가 가능하여 충분히 그 대안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산업보안범죄 예방활동의 핵심은 이러한 산업보안범죄심리를 중심으로 범죄를 유발하는 조직ㆍ심리적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를 억제 또는 제어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및 (사)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공동기획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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