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완없는 중대재해법 강행, 산업계 혼란 가중

입력 2022-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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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오는 27일로 코앞에 다가왔다. 언제든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기업인들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산업계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경제계가 줄곧 제도 보완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이 법은 종업원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사망자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업인 처벌 조항이다. 정부는 산재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산업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책임과 처벌만을 강조함으로써 기업인들은 공포에 떠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대다수는 법을 지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이고, 대기업들도 전전긍긍이다. 저마다 다각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인지 스스로도 모른다. 중대재해의 기준,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의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및 해석이 분명치 않은 까닭이다.

예를 들어 처벌대상이 기업 오너인지, 경영의 대표인지, 안전보건 책임자인지 불확실하다. 책임 범위가 모호하고, 경영자 의무를 ‘실질적이고 필요하며 충실하게 수행하라’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만 가득하다. 경제계는 줄곧 경영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의 면책조항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일단 법을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자’는 입장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대기업들은 잇따라 안전보건 조직 강화와 함께,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자리를 새로 만들고 고위 임원을 임명하고 있다. 경영자가 져야 할 법적 처벌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재해 위험이 높은 건설업의 경우 두려움이 어느 곳보다 크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 위반 사업장 1243곳 가운데 60%가 건설업이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중소 제조업체의 53.7%가 중대재해법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년 11월 한국전력 하청업체 근로자 8명의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 “중대재해 사업주는 반드시 처벌한다”고 경고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양형기준을 높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있어서는 안 될 산업재해로,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관리체계를 완비해도 산업재해의 원천적인 차단은 불가능하다. 과도한 처벌로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없고, 기업인들만 더욱 움츠러들게 함으로써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실효적 재해 예방과 자발적 안전관리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완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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