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산소, 제2의 요소수 되나…코로나19 확산 속 中企 줄줄이 폐업

입력 2021-12-08 16:34 수정 2021-12-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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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보험수가 20년간 동결로 재정난 호소…강원·제주 2개소뿐

▲인도 수도 뉴델리에 마련된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할 산소통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에 마련된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할 산소통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급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산소의 생산업체 34%가량이 재정난으로 폐업하거나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7000명 수준까지 폭증하며 의료용산소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2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전국 144개소에 달하던 의료용산소 제조업체는 현재 95개로 급감했다. 2016년 11개, 2017년 22개, 2018년 3개, 2019년 1개, 2020년 10개, 2021년 2개의 업체가 식약처에 줄줄이 의료용산소 제조 허가취소를 요청했다. 모두 49곳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의료용산소는 특성상 장거리 배송이 어려워 각 지역 업체들이 폐업할 경우 국지적인 산소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수도권을 제외한 강원과 제주의 의료용산소 제조업체는 2곳뿐이다. 이마저도 폐업한다면 의료용산소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에 따르면 현재 95곳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차지하는 의료용산소는 대다수의 병원과 생활치료시설 등에 공급되고 있다. 매출 규모만 300억 원 정도이다. 의료용산소 중소 제조업체는 대기업에서 공급받은 산소 액체와 기체를 재가공해 소분하는 방식으로 의료용산소를 제조하고 있다. 의료계로 공급하는 마지막 단계를 맡고 있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의료용산소 실거래가 상한금액의 차이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과 일본의 의료용산소 실거래가 상한금액의 차이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협회는 이같은 줄폐업의 가장 큰 이유를 낮게 측정된 보험수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1년 책정된 의료용산소 보험수가는 20년간 동결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55㎏에 달하는 공병을 회수한 뒤 3만 원 정도의 원가를 들여 의료용산소를 제조하면 6000원만 받고 납품하고 있다”며 “일본과 비교하면 단가 차이가 최대 25배 나오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은 2년 주기로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와 정부가 공급단가 협의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국내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주장한다. 그동안 협회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수차례 호소했다.

특히 2017년 정부가 의료용산소 제조업체에 우수의약품제조시설(GMP) 적용을 의무화함하면서 중소 업계의 설비투자비 및 품질관리비용 부담은 더 커졌다. 협회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GMP 적용 의무화에 따른 비용상승분을 보험수가에 반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의료용산소 업체들이 온전히 그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세훈 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세훈 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장세훈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속 인도,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도 의료용산소 공급 부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의료용산소 부족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수가가 현실화되지 않고 정부가 방치만 한다면 의료용산소 업계는 고사할 것”이라며 “경제 분야를 넘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제2 요소수 사태’를 미리 방지하고, 업계 안정화를 위해 보험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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