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구하기 쉽고 무한 ‘꿈의 에너지’로 불려
최근 두 달간 투자 유치액이 그동안 성적 능가
“아직 아무도 전력 생산 못해…단기간에 성과 보기 힘들어” 회의론도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 뜨고 있다. 글로벌 탈탄소 추세에 핵융합 발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대란도 무한 공급이 가능한 핵융합 발전의 ‘몸값’을 올렸다. 글로벌 ‘큰손’들도 관련 기업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핵융합으로 실제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는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8억 달러(약 2조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핵융합 분야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더 주목받는 것은 투자자 ‘라인업’이다.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큰손’들이 자금을 댔다. WSJ는 핵융합이 미래 재생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너지 원리를 모방했다. 태양은 플라스마(양 혹은 음으로 이온화된 기체)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해 빛과 열에너지를 뿜어낸다. 핵융합 발전을 ‘인공태양’이라 부르는 이유다. 핵분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소와 반대 원리로, 방사성 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얻는다. 삼중수소는 리튬과 중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다. 연료를 구하기 쉽고 자원도 무한하다.
‘꿈의 에너지’이지만 아직 누구도 완성형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전력보다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생산 한계로 정체 상태에 빠졌던 핵융합 분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무한 공급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라는 잠재력이 재조명받으면서다. 핵융합산업협회와 영국 원자력청은 최근 두 달간 관련 스타트업에 유입된 자금이 이전 총액인 19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융합 스타트업인 헬리온에너지는 11월 초 5억 달러 자금을 유치했고, 캐나다 업체 제너럴퓨전도 이번 주 1억3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크리스토퍼 모우리 제너럴퓨전 최고경영자(CEO)는 “핵융합 발전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내년에 더 큰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등 공공부문이 주도하던 핵융합 발전에 민간기업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기술 발전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최대 핵융합 프로젝트는 국제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프랑스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자금 규모만 220억 달러에 달한다. 2025년 말까지 ‘과가열 플라스마’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실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이후 10년 뒤로 보고 있다.
코먼웰스퓨전의 밥 멈가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공상과학으로만 여겨졌던 핵융합이 불가능에서 이제 불가피한 것으로 바뀌었다”며 “조달 자금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순수 에너지 융합 기계(net-energy fusion machine)’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있다. 핵융합이 실제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최소 20~30년 걸릴 수 있어 단시간 내 전력원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 연구원 출신의 대니얼 재스비는 “최근 민간 부문에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무도 핵융합에서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다”며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것은 가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