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의 조건

입력 2021-11-23 13:54

유창욱 산업부 기자

“시민단체가 모든 시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나요? 근거가 뭐죠?”

말문이 막혔다. 취업준비생 시절 모 언론사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현직 기자이던 면접관은 “시민단체가 사회 전반과 정부를 연결한다”고 말한 나를 몰아세웠다. 전형에서 탈락한 뒤 기사에서 면접관 이름이 보일 때마다 투덜거렸지만, 최근 그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는 큰 발언권을 행사했다. 탄소중립위 민간위원에서 사퇴하거나 장외에서 집회를 여는 등 강력한 목표를 채택하도록 위원회를 압박했다.

기업을 위해 뒤늦게 마련된 공론의 장은 무산시켰다. 기업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탄소중립위는 9월 재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했지만, 시민단체의 봉쇄로 시작도 못 한 채 무산됐다. 시민단체는 이날 ‘탄소 감축 발목 잡는 산업계를 규탄한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간담회장에 펼쳤다.

산업계가 단지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기 위해 우려를 표할까. 탄소중립 방향성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늦게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면서도 목표를 급격히 설정했다. 기업과 경제계는 이를 우려한다. 고용과 산업 전환에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오죽하면 노동계도 산업계와 뜻을 같이한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합리적인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제시해달라는 의견서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함께 탄소중립위에 냈다. NDC를 40%로 높이면 2030년까지 보급해야 할 친환경차 대수가 450만대 이상으로 급속히 늘어난다. 이 경우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급속히 위축되고, 일자리 급감까지 우려된다. 노사는 산업 현장이 대응능력을 갖출 시간을 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기업은 탄소중립을 수행할 당사자이지만, 역할에 걸맞은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탄소중립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을 원한다면 모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시민단체뿐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는 경영자도, 노동자도 모두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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