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계가 인정하는 톱10국의 자부심

입력 2021-11-23 05:00

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자고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듣지 않으면 앞에 했던 말과 뒷말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 대통령이 21일 가졌던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도 이런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최고 관심사였던 부동산 문제에 관한 답변부터 알아보자. 문 대통령이 부동산을 처음 언급한 것은 가장 아쉬운 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문 대통령은 “역시 부동산 문제에서 서민들에게 많은 박탈감을 드리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함으로써 무주택자나 서민들, 청년들, 신혼부부들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충분히 드리지 못했다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 말을 사과로 봐야 할지 아닌지는 애매하니 일단 넘어가 보자.

뒤에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드디어 어려운 문제에 들어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송구스럽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2·4 대책을 조금 일찍 시행했으면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여러 차례 송구했듯 또 송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송구하다”, “거듭 죄송하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대놓고 말할 용기는 없었던 모양이다.

문 대통령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할 이유는 이어진 발언에 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고 인허가 물량도 많았다. 공급을 계획 중인 물량도 많아서 공급 문제는 충분히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그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로 서민에게 피해가 가기도 했고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불로소득이나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민간 업자들이 과다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연결해 보면 부동산 폭등이라는 ‘일시적 현상’이 송구할 뿐 ‘정책은 잘했다’는 의미가 된다. 또 이 ‘현상’을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으니 끝까지 그들을 응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톱10 국가의 자부심’을 말할 때도 앞말과 뒷말이 묘하게 달라진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최대 성과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 ‘톱10’ 국가로 만든 것”을 꼽았다. 그런데 나중에 “자부심을 가져 달라. 폄훼하지 말라”고 역설할 때는 말이 조금 다르다.

“이 성취는 우리 정부만이 이룬 성취가 아니다. 역대 모든 정부의 성취들이 모인 것이고, 결국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국민이 노력해서 이룬 성취다. 이런 성취들을 부정하고 폄훼한다면 그것은 그냥 우리 정부에 대한 반대나 비판 차원을 넘어서서 국민이 이룩한 성취를 폄훼하거나 부정하는 것에 다름없다.” 이런 말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화자찬이다. 또 국민 삶이 이리 어려운데 무슨 말이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비판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세계에서 하는 객관적인 평가다.”

문 대통령의 고질병인 ‘인정 욕구’와 ‘공감능력 결핍’이 뒤섞이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최대 성과가 갑자기 역대 모든 정부와 모든 국민의 성과로 바뀌고, ‘세계가 인정하는’ 일을 인정 안 하면 대한민국 역대 정부와 국민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편다.

더욱 당황스러운 대목은 “국민 삶이 이리 어려운데 무슨 말이냐”라고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개인의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가 부강해졌으니 자랑스러워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세계사에 등장했던 국가 지도자들이 몇몇 기억나는 건 그저 기분 탓일 테니 이쯤에서 그만 알아보자.

대신 자부심이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로워졌다는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부심은 원래 상위 12%가 재난지원금 대신 받은 부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삶이 어려운 국민도 가질 자격을 얻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톱10국’의 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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