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갈 길 험난한 시멘트산업의 탄소중립

입력 2021-11-10 06:00 수정 2021-11-10 07:59

조남호 IT중소기업부장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 1분 전으로 우리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 최근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기후변화에 따른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며 던진 메시지다. 그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오래전에 다 썼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지나가면 아이들이 하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뜻을 모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해 올해 8월에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기준 탄소 배출량의 최소 35% 이상으로 설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NDC를 종전보다 상향한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에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탄소배출 산업인 시멘트업계도 정부와 산ㆍ학ㆍ연ㆍ관 협의체를 구성해 탄소중립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업체들은 저마다 각종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쌍용C&E는 2030년까지 유연탄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탈석탄 경영’을 올해 초 선언했다. 연간 150만 톤가량 사용했던 유연탄을 작년에는 100만 톤 수준으로 줄였다. 앞으로 5년 동안은 700억 원을 투자해 순환자원 처리시설과 폐열발전설비도 확충한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해 2700억 원을 들여 순환자원 재활용 시설 구축에 나섰다. 아세아ㆍ한라시멘트는 순환자원 설비 투자 등을 통해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하고, 성신양회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13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시멘트업계의 탄소 배출 저감 계획 근간에는 ‘순환자원’, 이른바 유연탄을 대체할 폐기물 재활용이 자리한다. 시멘트업계는 2000년대 이전 폐타이어 처리가 원활하지 못해 사회문제화하자 정부, 타이어업계 등과 공동으로 시멘트 소성로에 연료화하는 것을 연구해 기술개발에 성공했으며 1997년부터 폐타이어 등 가연성 폐기물을 보조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폐기물 재활용은 폐타이어에서 재생유, 폐합성정지, 폐목재, 오니류, 슬래그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국내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사용률은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순환자원 활용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의 경우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열량 기준 68.9%이지만 국내는 24%에 불과하다. 미국은 폐플라스틱은 물론 폐타이어, 페인트슬러지, 솔벤트, 피혁 폐기물까지 소성용 연료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국내 순환자원 사용을 통한 경제적 편익은 상당하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원순환 효과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3조9790억 원과 함께 연간 운영비용 591억 원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매립지 수명이 7.2년 연장되는 효과도 있다. 배 교수는 “만일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년 수도권매립지 매립량의 80%에 달하는 매립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사용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 환경단체나 소각시설 전문업계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쓰레기 시멘트’라고 비난한다. 십수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유해성 논란이다. 환경단체 등은 생산 과정에서 중금속,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이 다량 배출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멘트 업계는 1500도 이상 고온으로 소성돼 안정적인 순환자원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특정 유해물질이 과거보다 강화된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활용 제재 시 비롯될 폐기물 처리 방안도 마땅치 않다. ‘쓰레기 시멘트’라는 원색적 비난보다 과학적 검증을 통해 유해성을 판단하고 이를 보완할 기술 연구, 정책적 지원 등 해법 마련에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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