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인물] 전병덕 변호사 “1조 사기의혹 아쉬세븐, 철저히 수사해야… 제도적 예방장치 시급”

입력 2021-10-21 13:35 수정 2021-10-21 16:18

▲전병덕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전병덕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아쉬세븐, 대표 구속은 당연… 은닉 재산 파악 통한 피해 회복이 관건”

-“하루 문의 전화만 100통 넘어… 다른 업무 마비 수준이지만 사명감으로 버텨”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변호사 “공익 위해 일하는 것이 가장 즐거워”

“아쉬세븐 사건을 맡은 초기 상담 전화만 하루 100통이 넘게 왔습니다. 물리적으로 힘들어서 다른 사건을 맡기도 힘들 정도죠. 동료들도 너무 어려운 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전 재산을 넘어서 가족들 돈까지 모두 잃은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 보니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병덕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21일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아쉬세븐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쉬세븐은 5개월 당 20% 수준의 고수익을 주겠다며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4500여 명에게 1조 원을 넘게 끌어모은 화장품 업체다. 현재 유사수신과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 20일 업체 대표 엄모 씨와 지점장 3명이 구속됐다.

전 변호사는 1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그가 사건을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지난 7월 소액 분쟁 사건을 상담해주던 중 당사자 중 한 명이 ‘소액 사건과 별개로 5억 원을 손해 본 일이 있다’며 별도의 상담을 요청했다.

피해자들이 모인 SNS방에는 얼마를 잃었는지,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등 사연을 담은 내용이 오갔다고 한다. 보다 못한 전 변호사는 자산 동결과 피해 환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설명하고 나섰다. 이를 시발점으로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과 공론화가 구체화했다.

대규모 공동소송은 쉽지 않았다. 일일이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를 받는 과정에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서류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단순 업무가 반복 지연됐다. 실제 전 변호사는 기자와 만난 20일 오후 늦은 시간에서야 첫 끼니를 해결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이 사건을 계속하도록 한 것은 피해자들의 사연이다. 온 가족 돈 8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가 가족과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말에 안타까움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수임료도 최소한으로 잡고 사명감 하나로 과중한 업무를 버티고 있다.

“솔직히 애초에 수익 관점에서 매력적인 소송은 아닙니다. 시간과 일손이 무척 많이 필요하죠. 이번에 저희 법무법인 직원분들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굵직한 기업사건 한두 개 하는 편이 손도 훨씬 덜 가고 수임료도 높죠. 그래도 제가 이런 사건을 접하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인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은 돈을 찾고 누군가에게 죄가 있다면 법이 정한 죗값을 받아야죠.”

전 변호사는 이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 대응이 유일하다고 단언한다. 이미 투자금 반환을 멈춘 상태에서 이를 받아낼 수 있는 강제력은 법을 통하는 방법뿐이란 것이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피해 회복은 어렵더라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란 설명이다.

지급이 정지된 지 수개월이 지나 공론화됐기 때문에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고 보고 있다. 피해 자산에 대한 환수가 관건인데 은닉 가능한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자산을 찾고 향후 언제라도 당사자들이 은닉 자산을 활용하려고 할 때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쉬세븐 측이 밝힌 피해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피해액을 돌려주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평가다. 앞서 아쉬세븐 측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공지를 피해자들에게 공유했다. 다만 해당 공지에는 구체적인 상환 계획이나 일시, 금액 등이 일절 없이 두루뭉술한 내용만 담겼다.

“사람이 1억 원을 빌렸더라도 갚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1조 원이 넘는 돈을 모아 놓고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 공지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진정으로 사업을 했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소를 취하하죠.”

엄모 아쉬세븐 대표가 구속된 것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이상한 사업 구조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기 혐의 성립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보고 있다. 아쉬세븐이 실제로 사업을 했더라도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실제로 활용했을 정도로 명확한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황상 후 순위 투자자의 돈으로 앞 순위 투자자의 돈을 돌려주는 ‘돌려막기’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는 실제 사업을 했을지 몰라도 돈이 모일수록 사업 실체 없이 피해자들을 기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미 상당 부분의 범죄수익 은닉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끊임 없는 유사수신 범죄 …“양형 기준 너무 낮은 탓”

유사수신과 사기 범죄에 대한 현재 법원의 처벌이 너무 무르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사례의 범죄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이 지속 강화한 음주운전을 예로 들어 좀 더 강한 처벌이 있어야 범죄 행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유사수신 관련 판례를 찾아보니 매년 큼직한 사건이 발생하고, 자잘한 사건도 끊이질 않고 있었습니다. 양형 기준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법의 처벌이 억제력으로 작용하기에 모자란 거죠. 유사수신, 사기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합니다.”

전 변호사의 이력은 화려하다. 2019년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일하면서 집단소송법의 기초를 만들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과 정부대전청사 공무원노조연합회 자문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역임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평가전문위원과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기획위원 등을 맡고 있다.

법조인이 된 이유는 ‘공익’에 관심이 많아서다. 20대 시절 소액 결제와 대기업과 개인의 비대칭적 위치를 경험하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집단소송법 학회’를 최초로 만들었고 개인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소액이지만 피해자가 많은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청와대를 나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어떨 때 기쁨을 느끼는 지를요. 돈을 많이 벌었을 때나 명예를 얻었을 때보다 사회 공익에 이바지했을 때 행복하군요.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도 우리나라를, 많은 사람들을 좀 더 살기 좋게 한다는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세븐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마음을 다잡아달라’고 말했다. 심정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버텨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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