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 열전] 38세 CEO, ‘틱톡’ 개발자 장이밍(張一鳴)

입력 2021-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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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정신으로 충만된 ‘자유롭고 순수한 모험가’

매년 중국의 ‘갑부 순위’를 조사해 온 후룬바이푸(胡潤百福)가 2021년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나이 38세인 장이밍(張一鳴)이 중국 부호 랭킹 5위에 올랐다. 장이밍, 그는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져 있는 ‘틱톡(Tiktok)’의 개발자이다.

‘중국의 유대인’ 객가족(客家族) 출신에 컴퓨터 전공

장이밍은 1983년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룽옌(龍岩)시에서 태어났다. 사업가였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그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성장시켰다. 훗날 그는 그런 가정 분위기가 자신의 창의적 사고에 큰 도움을 줬다고 술회하였다. 룽옌은 전통적으로 ‘객가족(客家族)’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로 유명했는데, 그의 집안 역시 객가족이었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지만, 이 객가족은 중국에서 전설적인 집단이다. 멀리 남북조(南北朝) 시대 무렵부터 중국 남부지역으로 집단 이주하였고, 중국의 유대민족이라 칭해진다. 그들은 전 세계 상권을 장악한 화교(華僑)의 절대적 주류를 이루면서 중국 개혁개방의 과정에서도 조국인 중국 대륙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여 중국을 부활시켰다. 태평천국의 홍수전(洪秀全), 후야오방(胡曜邦),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를 비롯하여 ‘호랑이연고(虎牌萬金油)’로 유명한 후원하오(胡文虎)등 유명한 화교 거상들이 모두 이 객가족에 속한다.

장이밍은 2005년 톈진(天津)에 있는 난카이(南開)대학교에 입학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난카이대학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배출한 명문 대학이다.(훗날 장이밍은 모교 난카이대학에 1억 위안(元)을 기부했다) 대학 시절 내내 컴퓨터에 푹 빠져 있던 그는 재학 중이던 2006년 여행 검색 사이트인 쿠쉰(酷訊)을 설립하였고, 1년 뒤에는 40여 명의 직원을 둔 사장이 되었다. 그러면서 외국 대기업에서는 어떠한 관리 기법을 운용하고 있는지 배우기 위하여 스스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1년 동안 일했다.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관리 기법을 습득한 그는 2009년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 검색 사이트 ‘99팡(九九房)’을 창업했다. 6개월 만에 150만 명이 가입하면서 금세 중국 부동산 검색 사이트 1위에 올랐다.

▲2018년 11월 7일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인 장이밍(오른쪽)이 중국 동부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5회 세계 인터넷 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11월 7일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인 장이밍(오른쪽)이 중국 동부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5회 세계 인터넷 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보가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다

그가 아직 쿠쉰을 경영하던 시절, 어느 날 갑자기 고향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열차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무렵 역에 가서 기차표를 사기란 가히 하늘에서 별따기였다. 또 언제 인터넷에서 암표를 구할 수 있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쿠쉰에서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도 이용자가 직접 키워드를 입력해 실시간 기차표 현황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답답해하던 장이밍은 점심을 먹으면서 한 시간 동안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열차표 검색엔진을 만들어 원하는 열차표가 나오면 자기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장이밍은 밖에 일을 보러 나갔다. 30분도 채 안 되어 기차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자그마한 사건은 그의 사업 방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적합한 정보가 있을 때 그것을 곧바로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것.” 그는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지 계속 고심했다.

그의 길지 않은 삶은 도전 정신과 정보 검색에 대한 흥미로 충만된 과정이었다. 그 어떠한 사업 아이템도 그것이 고객과 사회에 유익할 때에만 비로소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가 가장 중시했던 점은 바로 “사용자가 흥미를 갖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뉴스 정보 앱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래서 보다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필요했다. 이 지점에서 그가 착안했던 것은 바로 “정보가 알아서 고객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트댄스 본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트댄스 본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오늘의 헤드라인’ 맞춤형 뉴스 서비스

2012년 3월, 장이밍은 그를 성공으로 이끈 쯔제탸오둥(字節跳動)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쯔제탸오둥’, 영문명은 곧 ‘바이트댄스(Bytedance)’이다. 그리고 그해 8월에 뉴스 추천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선보였다. 우리 말로 하면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다. 이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는 일반 언론사의 모바일 앱이나 포털사이트와 큰 차이점이 있었다. 편집자가 정보를 취사 선택해 배치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인공지능이 진르터우탸오 내 사용자의 키워드 검색과 뉴스 클릭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맞춤형 톱뉴스를 배달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언론기업 아니라 기술기업이다”

장이밍은 “우리는 언론 기업이 아니라 기술 기업”이라고 말한다. 장이밍 본인이 컴퓨터 프로그램 전공자이고, 그의 기업 영문명 ‘바이트댄스’의 ‘바이트(Byte)’란 문자 그대로 “이 컴퓨터는 몇 기가바이트다”라는 말처럼 컴퓨터 정보의 기본 단위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기술적인 차원에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구현해냈고, 그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축해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이렇듯 ‘정보가 알아서 독자를 찾아가는’ 발상의 전환으로 그의 ‘신상품’은 출시하자마자 금세 중국 뉴스앱 1위를 차지했다. 불과 3개월 만에 1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5년 뒤에는 7억 명으로 늘어났다.

15초에서 1분 길이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쉽게 만들어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인 틱톡은 동영상에 익숙한 10~20대 젊은층의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전 세계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19억 명에 달하는 바이트댄스는 현재 틱톡과 진르터우탸오 외에도 영상플랫폼 시과동영상(西瓜視頻) 등 다수의 인기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中 당국 규제에 CEO 퇴진 선언

바이트댄스는 2018년 기준 기업가치가 750억 달러(약 84조8000억 원)로 평가받으며 미국의 우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신생 기업을 말한다. 하지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는 2021년 5월 20일, 돌연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함으로써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마윈을 비롯해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일련의 ‘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터라 장이밍의 은퇴 선언도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유롭고 순수한 모험가’이며 다른 사업가들과는 달리 돈에 대한 갈망도 찾아볼 수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장이밍. 현재 일선에서 은퇴한 상태라고 하지만 아직 젊고, 언제나 새로운 ‘상품’을 들고 나와 시장을 흔들었던 그였기에 그의 다음 행보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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