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DLF 사태, 징계는 면했지만…탐욕은 질타

입력 2021-08-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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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상품 360개 중 357개가 심의 절차 거치지 않아
선정 과정서 편법 동원, 반대 평가표를 찬성표로 바꿔
내부통제기준 준수 위반해도 제재 가할 법적근가 없어

우리은행이 환매 중단으로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출시 과정에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재판 결과 드러났다. DLF 상품 99%가 상품 심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상품선정절차에서 반대 평가표가 찬성 평가표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1심 재판에서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기준이 미비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DLF와 관련해 문책 경고를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그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판매할 상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있어 원래대로라면 판매되지 않았을 상품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7년 8월 17일 이후 신규 출시한 해외금리연계 DLF 상품 360개 중 357개에 대해 상품선정위원회나 공평협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내부 규정에 따르면 DLF는 원금비보존형 파생상품펀드로, 펀드 지침 및 리스크 관리 지침상 상품선정위원회나 공형폅 심의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 3월에야 1차례 상품선정위 및 공평협 심의를 거쳤고, 같은 해 5월까지 손실 배수를 변경해 DLF 상품을 반복적으로 신규 출시했다.

상품선정심의회 의결 과정에서는 투표 조작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면으로 진행된 의결에서 위원 1명이 반대 평가표를 제출하자, 상품 출시 담당 직원은 이 위원을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 평가표를 요구했다. 또 리스크총괄부 소속 위원 2명이 평가표를 제출하지 않자 자산관리(WM)추진부의 상품 출시 담당 직원은 펀드상품 선정위원회 결의록을 통해 2명의 의견을 찬성으로 처리했다. 이 조작으로 우리은행 내규 기준(위원회 위원 중 8/9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70% 이상의 찬성)을 충족했다. 2018년 12월에 열린 DLF 상품선정위원회 절차에서는 상품선정 거부권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소속 위원이 반대 의결을 내 상품이 출시될 수 없었으나, 그대로 상품이 출시됐다.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원회의 의사결정 결과가 WM추진부의 의사를 뒷받침하도록 조작돼 원래 표결대로라면 부결돼야 할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며 “우리은행 경영진으로서도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 외 ‘상품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판매 후 위험관리, 소비자 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적합성 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 금감원의 4가지 처분 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우리은행 측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내렸으나,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자체의 흠결 또는 운영상의 문제점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금융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31일 취임식 전 기자실에서 “판결문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내용을 잘 분석해보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할 게) 뭐가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결문 정식 수령은 이번 주 내로 할 것”이라며 “항소 여부는 최대한 빨리 결정해 항소 제기 가능 기간인 2주를 모두 소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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