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유지의 비극'이 왜 거기서 나와?

입력 2021-08-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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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지난 겨울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뒤 투신했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다 좋은 학군을 찾아 전세를 얻어 터를 옮긴 부부는 아파트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를 두고 싸우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참혹한 결과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이미 부동산 문제로 분노하고 다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값 급등에 주택 매입 시기를 놓친 뒤 부부싸움이 잦아졌다는 사연, 월급 꼬박꼬박 저축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주변을 보니 벼락거지가 돼 있었다는 하소연이 종종 올라온다.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처벌과 징계를 원한다는 국민청원 글이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아파트는 계급의 상징이 됐고, 부동산 블루는 깊숙히 잠식해 우리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홍남기 부총리의 '공유지의 비극' 발언은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홍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정책 담화문을 발표하던 중 “부동산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였다. 공유지의 비극은 정부 혹은 공동체가 소유한 자원을 사람들이 과다하게 쓰거나 조심성 없이 다뤄 빠르게 훼손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무책임함과 이기심을 지적하는 이론이 집값 안정 담화에서 맥락없이 나온 건 의아스러운 일이다. 주택이 공유지에 비교된 것도 갸우뚱 할만한데 무엇보다 망가진 부동산시장의 원인을 마치 국민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으로 보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현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5월 6억708만 원 수준에서 현재 11억5751만 원(7월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엔 틈새·편법 투기, 자전거래를 통한 집값 뻥튀기 등의 영향도 있겠으나 주택 정책의 실기(失期)와 규제 조절 실패, 정책 번복 등이 영향이 컸다. 지금이라도 숫자 부풀리기보다 세밀함을 담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불신과 불안감에 기인한 내 집 마련을 정책에 협력하지 않는 이기적 행렬로 치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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