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겨울 속 봄을 맞는 산업부

입력 2021-08-24 05:00

박병립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처서(處暑)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처럼 저녁 산책길에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낮에 보이는 하얗디하얀 뭉게구름은 새삼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요 며칠 가는 여름의 발버둥인지 수해 피해를 몰고 온 늦은 장마는 야속하다. 이 장마가 지나면 완연한 가을일 것이다. 그런 뒤 겨울이 오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온다. 봄은 흔히 시작으로 비유되곤 한다. 희망찬 시작으로 말이다.

농촌에선 봄에 씨앗을 뿌려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추수하고 겨울에 다시 봄을 준비한다. 정권·정부도 사계절이랑 비슷한 것 같다. 정권 출범이 봄이요, 정책의 추진·실행이 여름이고, 정책의 성과가 나오는 시기가 가을이며 다음 정권 준비 또는 레임덕 정도일 수도 있는 기간이 겨울 아닐까 싶다.

한데 요즘의 산업통상자원부를 보면 봄 같다. 정권 후반부의 가을·겨울이 아닌 초반 씨앗을 뿌리는 봄의 느낌 말이다. 물론 가을의 성과 없이 다시 봄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의 무역 규제에 당당히 맞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들이 성장·발전할 수 있는 토대도 더 단단히 다졌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도 확대했으며 통상 역시 국제무대에서 우리 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을 확대했다.

문승욱 장관이 임명된 뒤 에너지를 담당하는 제2차관이 신설돼 박기영 차관이 그 중책을 맡았고, 에너지자원실의 조직이 개편됐다. 에너지실은 2관 4과가 보강됐는데 수소산업과, 재생에너지보급과, 전력계통혁신과 등이 신설됐다. 에너지 전담 차관과 조직 개편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 시스템 혁신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날 여한구 본부장이 임명된 통상교섭본부의 경우 미래 글로벌 경제성장의 핵심축이 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다자적 경제통상질서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역내 다자간 디지털 협정의 출범을 위해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탄소중립 2050, 그린 이코노미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환경규제가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는 복안도 세웠다.

또 최근 1급 인사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줬다. 이번 인사는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평가이다. 정권 말기라는 시기상 더 늦으면 인사의 효과가 미미할 수 있고 그렇다고 인사를 안 하면 남은 기간 산업부가 자칫 복지부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리를 옮긴 실장들의 면면을 어느 정도 알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정권이 1년도 안 남은, 사실상 성과들을 챙겨야 할 시점에 ‘뭔가’를 시작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 봄의 문은 문 장관이 오면서 열린 듯하기도 하다. 문 장관 취임 후 산업부발 K반도체 전략을 비롯해 K배터리 전략, 희소금속 전략 등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 전략들은 우리나라가 기술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KOREA’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산업, 먹거리를 창출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전략을 세우기 위해 문 장관 등 산업부 수뇌부는 현장 행보도 열심히 했던 것이 기억난다.

정권 초 같은 정권 말. 봄 같은 가을·겨울을 보내는 산업부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탄소 중립 등 도전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겨울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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