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이준석 대표에게 필요한 ‘초심의 리더십’

입력 2021-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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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30대 젊은 정치인 이준석이 거대 야당의 대표에 올랐을 때 대중과 언론의 평가는 우려보다 기대에 가까웠다. 운동권 중심의 86세대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2030세대로 정치의 중심이 전환되었다는 평가도 있었고, 불필요한 정쟁 대신 혁신과 도전을 통한 건설적인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의 시선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국 정치는 답답함으로 가득하다. 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이 아닌 소모전 성격의 대립과 묻지 마 네거티브 공격이 수십 년 이어져 오며 언론과 국민은 늘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 때마침, 돈과 조직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강조해 온 이준석 대표의 등장에 여론은 비판보다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그는 기득권을 타파하고 철저히 능력을 토대로 정치인을 육성하겠다고 나서,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쟁 위주의 토론을 통해 당 대변인을 투명하게 선발하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 소위 ‘빽’이 통하지 않는 시대와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주장은 경청할 부분도 있다.

그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자신이 강조하는 변화를 누군가는 거친 생각이라고 말하며 불안한 눈빛을 보내겠지만 전쟁 같은 치열함으로 변화에 대해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득권과 계파 논리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 끊임없는 변화와 치열한 도전을 주장한 그에게 시대교체, 세대교체, 2030의 혁신 아이콘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그러나 대표에 취임한 이후 두 달간 그가 보여준 모습은 도전적인 모습보다 호전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물론 그가 주장한 것처럼 야당 대표가 항상 정부와 여당에 대한 투쟁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 근거 없는 비난과 무책임한 비판을 지켜봐야 했던 국민 입장에서 여당과 무조건 대립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일리 있는 판단이다.

다만, 내부에서 갈등을 격화시키고 건설적 경쟁에 도움 되지 않는 소란을 당 대표가 주도하는 건 신선한 바람과 새로운 혁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배치되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리더십의 흐름도 앞장서 구성원을 이끌고 가는 주연보다 구성원들의 성장을 지원해 주고 묵묵히 지지하는 조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녹취록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수세에 몰리자 녹취록을 공개하는 행동, 대선 후보와 소모적인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상대를 꺾으려는 자세,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을 주도하는 그의 언행에서 국민들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리더십을 느낀다. 그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치열한 도전은 사라지고 전쟁 같은 갈등만 남은 형국이다.

젊은 정치인으로서 그가 왜 지지를 받았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할 필요가 있다. 보수의 중심인 대구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사면론을 꺼낸 데 비해 그는 용기 있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당시 상황에서 정당했다는 단호한 주장을 펼쳤고, 대표가 된 후에도 고급 세단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 새로운 리더의 행보를 보여주었다.

소탈한 행보,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펼치는 모습은 기존 정치인에게서 보지 못한, 더 나아가 지금의 대선 후보들에게도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연보다 주연이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모습, 늘 언론과 방송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려는 행동은 예능인의 자세이지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리더십에 관해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에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며 그 개념도 다양해졌지만, 일관되게 리더십은 ‘조직의 구성원들을 동기 부여시켜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리더의 역량’으로 정의되고 있다. 구성원이 불안함을 떨쳐내고 자신감과 용기를 갖도록 북돋우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준석 대표 스스로 지난 두 달간 구성원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는지 아니면 불안함을 주었는지 반추하길 바란다. 그가 말했던 치열한 도전과 변화가 확산되고 있는지,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지 성찰하길 바란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리더십, 전쟁 같은 갈등에서 벗어나 소신 있고 당당한 그러나 소탈한 리더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게 바로 국민들이 희망하는 정치 영역에서의 시대교체, 국민들이 기대하는 올곧은 정치인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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