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계 “‘자금세탁’ 내세워 산업 성장 옭매…투명성도 사라져”

입력 2021-08-12 17:57 수정 2021-08-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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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특금법 개정안 개선 방안 토론회 열려…“은행,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 자체 소극적”

“현재 시장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는 ‘자금세탁’이 아니다. 가상자산 사업자를 특금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피해자들은 (자금세탁 문제와) 다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는 12일 진행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지적했다. 실제 가상자산과 관련해 사기‧다단계‧유사수신‧불투명한 상장‧시세조작이 발생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이 자금세탁만을 내세워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이정문‧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여당은 가상자산 시장에 특화된 업권법을, 야당은 특금법 개정안을 추진해 온 만큼 여야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 자리로 기대를 모았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실명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 트래블룰 등 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갖춰야 할 요건들을 위주로 논의가 진행됐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범죄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범죄 현황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토론회에서는 특금법이 가상자산 시장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특금법의 목적은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규제인데, 투자자들과 관여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작년에 333건 발생했다. 피해액은 1조 원에 달했다. 유형별 비중은 유사수신 및 다단계 사기 65.5%, 구매대행 사기 25.2%, 기타 9.3% 순으로 나타났다. 자금세탁과 관련된 유형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관련 발표를 맡았던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많다”라며 “벤처인증을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투자 제한을 두는 등의 어려움으로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은 글로벌 회사들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자금세탁 위험성을 근거로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에서는) 거래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해당 거래소와 거래를 텄다는 이유만으로 금융당국, 넓게는 미 금융당국에 세컨더리 보이콧 형태로 제재를 받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능성 때문에 (가상자산 산업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 또한 “은행들에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다 연락했는데 안한다고 하더라”라며 “금융위에 은행이 자의적으로 아무 기준 없이 특정 거래소와 계약하고 배제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이 되냐 질의했더니 은행은 사기업이라 허용이 된다고 하더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성수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금융규제 투명성을 높여 우리나라를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 특금법 절차를 보면 투명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팍스는 2018년에, 프로비트는 지난 3월 ISMS 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현재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권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금법 개정안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맞춰 설계돼있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가상자산 파생 서비스는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자산운용‧렌딩‧STO‧NFT‧페이먼트 등 다양한데,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 사업자 기준에 따라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디파이(Defi) 기업들의 경우 예치금이 2조~3조 원 단위로 규모가 작지도 않은데 거래소 기준을 따라야 한다”라며 “거래소 외 업계 입장에서는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을 취득하기도 어렵고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비즈니스와 맞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이사도 “한국디지털에셋의 경우 안전하게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수탁사업만 하고 있는데, 거래소에 준하는 ISMS 등의 절차를 모두 따라야 한다”라며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에서도 직접 펀드를 발행하는 등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는 은행이 못하니 별도로 출자해서 우회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와 소감을 통해 “거래소들의 경우 (은행과 금융당국의 규제로) 뛰지도 않고 꼴등했다는 얘기를 듣는 상황인 만큼, 한 번 뛰게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민간의 노력을 존중할 수 있는 정부와 이에 따른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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