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필수조건 아닌데 '독소조항’ 된 실명계좌

입력 2021-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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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예외조항 있지만 유명무실
계좌 없으면 미신고 사업자 취급
국회, 거래소 전문은행 법안 발의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에 발목이 잡혔다. 실명계좌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꼭 필요한 조건을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이 기준을 두고 신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계좌를 개설하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은 신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거나 문을 닫은 곳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아예 ‘실명계좌’ 내용을 없애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에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사업 신고를 위해서 △정관 △사업추진계획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등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해야 한다. 신고 절차인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은 등록보다 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이 법은 ‘불수리’ 요건을 두고 있어 FIU가 사업자의 신고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ISMS를 획득하지 못하거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통한 거래를 하지 않는 사업자가 그 경우다.

FIU는 해당 법에 따라 ISMS를 획득하지 않은 사업자는 신고 수리를 할 수 없지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가 없는 사업자에 대해선 유연한 적용을 할 수 있다. 제7조 3항의 ‘다만, 가상자산거래의 특성을 고려해 FIU 원장이 정하는 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특금법에는 실명계좌 발급 등의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만 승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명계좌 발급이 없어도 승인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입법 당시 거래소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특금법이 마련되기 전에 일부 중형 거래소는 거래의 특성을 고려해 굳이 은행과 실명계좌를 트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결정이 사업 위기로 이어졌다.

당시 국회가 이러한 예외규정을 둔 것은 ‘실명계좌’ 내용이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신 국회는 금융위가 제시한 시행령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이 마련된 뒤에도 여전히 시장에선 실명계좌 유무 여부가 신고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 측이 은행으로부터 가이드라인 기준을 공개해 달라고 한 이유다.

이로 인해 실명계좌 발급이 되지 않은 거래소는 ‘미신고’ 사업자 취급을 받곤 한다. 최근 문을 닫은 거래소도 나타나고 있다. 중형 거래소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들의 거래량이 급락하는 상황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발 리스크 이후 거래량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이 된 거래소는 기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가 현재로선 전부다. 다른 중소형 거래소는 은행들이 계좌 발급을 망설이면서 계약 체결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실명계좌 없이는 신고가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실명을 확인하지 않고 발급되는 계좌는 없다”면서 “금융위가 이 규정을 깐깐하게 본다면 사실상 가상자산 사업자 승인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선 특금법에 명시된 실명계좌의 과도한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에서 실명계좌를 제외하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같은당 윤창현 의원은 실명계좌를 거래소에 내주는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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