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유 있는 불만이 되려면

입력 2021-07-29 05:00

곽진산 금융부 기자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으로 진행된 금융당국의 컨설팅이 완료된 가운데 조만간 신고 사업자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고에는 시중은행과의 실명 계좌 발급이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거래소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미신고 거래소는 모두 불법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신고 여부에 대한 잡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계좌 발급과 관련해선 아직 실명 계좌를 트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의 불만이 많았다. 은행 측이 실명 계좌 발급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일부 공개한 것도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결과다. 그럼에도 은행이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답답한 심경을 보이는 거래소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이 실명 계좌 발급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단순히 금융당국의 엄격한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는 분명히 수익성 높은 사업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다. 은행이 금융당국에 ‘면책’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가상자산과 관련해 자금세탁 규정을 심사하는 국제자금세탁 방지기구(FATF)의 규제는 BIS비율 규제보다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FATF의 규제를 강하게 받으면 은행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충족하더라도 계좌를 발급하지 않을 이유가 국제 기준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 지침이 마치 실명 계좌 발급에 ‘충분조건’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묻지마’ 상장폐지를 단행하는 등 여러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지도 못했다. 이번 금융위 조사에 따르면 위장계좌로 영업하는 거래소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가 은행과 실명 계좌를 트고, 금융당국에 신고도 완료하려면 더 높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 발급에 목적이 있는 사업자라면 상장에 대한 자료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자금 세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더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은행의 계좌 발급 자체가 사업의 명운을 결정하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은행에 당당할 만큼 투명했는지 거래소도 스스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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