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에 갈라진 광화문 광장…서울시 "철거 불가피"

입력 2021-07-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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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6연대 "철거 협의 없어…상징성 있는 장소에 공간 남겨둬야"
보수 시민ㆍ유튜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하라" 맞불 시위
서울시 "철거는 전임 시장 때부터 협의한 사항"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이 반목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기억공간을 철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이 반목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기억공간을 철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고 양쪽으로 갈라졌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을 위해 서울시가 통보한 기억공간 철거 시한인 이날 유가족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ㆍ16연대)는 광장 재구조화 이후에도 기억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며 맞섰다. 서울시와 유가족 측이 갈등을 겪는 사이 보수 성향의 시민들과 유튜버들은 현장에서 진을 치고 "기억공간을 철거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오전 7시와 11시께 두 차례 기억공간 내 전시물 이관과 반출을 협조하는 공문을 들고 방문했지만 유가족 측은 면담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이 한시적인 가설 건축물이라는 입장이다. 애초 2019년 말까지 운영하기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 결정된 사항이지만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말까지 운영이 연장됐다.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세월호 기억공간 역시 다른 장소로의 이전 설치나 광화문 광장 조성 공사 후 추가 설치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서울시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보수 성향 시민과 유튜버는 기억공간 건너편에 진을 쳤다. 이들은 "왜 세월호만 특별 대우하라고 난리냐", "다른 곳으로 옮겨라", "억지 주장 그만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들과 세월호 지원단체 중간을 가로질러 통제선을 만들고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세월호 지원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다. 이들은 기억공간을 보존해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세월호 지원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다. 이들은 기억공간을 보존해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새로운 광화문 광장에 대한 방침 외에 서울시와 유가족 측은 기억공간에 대한 과거 협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임 시장 당시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해부터 철거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김 총무과장은 "기억공간 운영은 광화문 광장 공사까지만 계획돼 있었다"며 "지난해 유족들 만나서 철거 이후에 재설치나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족 측은 과거 협의가 철거를 전제로 진행된 사안은 아니라며 반박했다. 김선우 4ㆍ16연대 사무처장은 "지속해서 협의하겠다는 게 당시 협의 내용"이라며 "서울시가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은 광화문 광장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으로 기억공간을 이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새로운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면 기억공간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과 유튜버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너편에 진을 치고 철거를 주장했다. '댓글조작' 의혹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실형을 선고받자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보수 성향의 시민과 유튜버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너편에 진을 치고 철거를 주장했다. '댓글조작' 의혹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실형을 선고받자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시민도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일각에선 광화문 광장이 아닌 세월호 참사 현장에 관련 조형물이나 공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성수동과 양재시민의숲에 위령탑이 세워졌다. 세월호 역시 희생자가 많은 안산이나 현장이 보이는 진도 팽목항 근처에 설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광화문은 세월호 진상규명뿐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무를 물었던 곳"이라며 "많은 시민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려져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장소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유가족 설득 작업을 계속 나갈 계획이다. 김 총무과장은 "유가족을 설득해서 철거한다는 계획 외에 다음 단계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제 철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이달 내에 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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