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작은 실수, 큰 재앙

입력 2021-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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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집단감염과 공직기강 해이

지난 19일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의 82%에 해당하는 247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합동참모본부의 발표가 있었다(귀환 후 270명, 90%로 확진자 증가). 의료진과 군인들에 대한 우선 접종 계획을 밝힌 정부 발표를 무색하게 한 결과다. 올해 2월 파병한 이번 34진의 경우 접종계획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래 해군함정은 밀폐된 공간에서 근무하고 장병 간 밀접한 접촉이 불가피하며 사고가 나면 모든 생명이 운명을 같이하는 특징이 있다. “We are in a same boat”라는 영어 표현은 한 배에 탄 사람들이 운명공동체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함정의 경우 작은 실수가 승조원 전체에 큰 재난을 초래하게 된다. 국방은 공공재(public goods)적인 특징이 있다. 시장에 맡겨두면 공급이 일어나지 않아 국가가 나서서 공급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방은 적에 대한 방위태세라는 외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사기, 규율 등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된다. 여기서 외부적인 요인은 레이더, 함정, 항공기 등 장비와 방위시설물 등을 포함하며, 내부적인 요인은 장병들의 건강, 규율, 훈련에 의한 숙련도 등에 의해 결정되는 정신적인 측면이 주를 이룬다. 국가는 이러한 내외부적인 요인들을 잘 갖춰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21일에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군에 대한 백신 공급까지 약속함으로써 접촉이 잦은 주한 자국군의 건강을 살뜰히 챙기는 태도를 보여준 바 있다.

국방 분야에 있어서뿐만이 아니다. 외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회의장에 방문한 상대국 것이 아닌 엉뚱한 국기를 걸어 놓는다든지, 우리가 마련한 화상회의 배경화면에 평양이 뜨게 하는 등 계속되는 실수를 보여주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될까? 그것은 바로 군을 포함한 정부 전반의 업무기강(discipline)이 해이해진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일은 어느 분야든 이른바 독점(monopoly)이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특정 부처 외에 경쟁자가 없다는 말이다. 경쟁자가 없으므로 공적 서비스를 대충 공급하든지 형편없는 질의 서비스를 공급해도 손해볼 일이 없다. 연금으로 퇴직 후 생활을 보장해주는 한편으로 공직자에게 청렴, 국가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 또는 쇄신이라고 하며 이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과 담당자에 대한 처벌이 계속되는 것을 보아 왔다. 이 과정에서 신정부는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사람들을 각 부처의 수장으로 앉히고 또 일을 벌인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 이들은 쇄신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경우 직업공무원들의 최적의 반응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된다. 공무원들이 소신을 갖고 일하다가는 현 정권에서 한직으로 물러나고, 반대로 현 정권이 추진하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경우 다음 기에 적폐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보다 대충 무리없이 지내게 되고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존중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요즈음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다.

경제와 사회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안정적 직업인 공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대학에서는 상상도 못하였던 수준으로 대학생들이 공직에 몰리고 있다. 공직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원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작금의 문제는 인적 자원의 충원 문제가 아닌 공직 배치 후 업무환경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공직의 안정성이라는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책임의 부여는 직업환경으로 그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 시행에 대한 청와대, 여당 등 정치권의 관여를 금하고, 국가를 지속적이며 안정성 있게 운영하는 소신 있는 공직자를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념에 맞는 사람, 선거에 기여한 인물 중심의 회전문 인사로 다음에 적폐 대상이 되는 또 다른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분들이 참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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