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혁신 혹은 도핑" 스포츠 마케팅의 이면…다큐 '나이키 스캔들'

입력 2021-07-23 17:02

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도쿄행 티켓을 두고 열린 2020 미국 마라톤 올림픽 대표 선발전. 선수 10명 중 7명은 나이키의 신제품 '알파 플라이'를 신고 달렸다. 첨단 소재로 달리기 효율을 높여, 이른바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인 운동화였다.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대회 1등부터 3등까지 모두 알파 플라이를 신었다.

이날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제이크 라일리 선수는 "그 신발을 안 신었다면 올림픽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란 질문에 확답하지 못한다. 그는 "글쎄, 어려운 질문이다. 똑같이 잘했을 거라고 말하는 건 쉽겠지만 모르겠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혁신 혹은 반칙을 넘나드는 도핑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이키 스캔들'(Nike's Big bet, 2021)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마라토너이자 오레곤 프로젝트의 수장이었던 알베르토 살라자르는 나이키 로고를 타투로 새길 정도로 나이키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활약했다. (왓챠)
▲미국의 전설적인 마라토너이자 오레곤 프로젝트의 수장이었던 알베르토 살라자르는 나이키 로고를 타투로 새길 정도로 나이키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활약했다. (왓챠)

2019년 나이키는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 중심에는 2001년 나이키가 미국 육상 재건을 꿈꾸며 시작한 '오레곤 프로젝트'와 감독 알베르토 살라자르가 있다. 선수 시절 전설적인 마라토너였던 살라자르는 타고난 신체 조건은 없었지만, 늘 지독하게 자신을 몰아부친 선수였다.

남들이 다음 경기를 위해 80~90%를 뛰던 시절, 그는 늘 99%의 노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열이 38도까지 올라 모두가 쉬라고 할 때도, 그는 몰래 빠져나와 훈련했다. 이런 그의 치열한 운동 철학이 오레곤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담겼다.

살라자르는 체계적인 훈련은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법으로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최첨단 기계로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더 오래 뛸 수 있게 런닝머신을 수영장에 담그고, 냉각 사우나(크레오테라피) 기계를 텍사스에서 뉴욕까지 싣고 왔다. 나이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레곤 프로젝트는 나이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육상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왓챠)
▲오레곤 프로젝트는 나이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 육상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왓챠)

덕분에 오레곤 프로젝트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메튜 센트로위츠, 모 페라, 세계챔피언 도너번 브레이저, 클로스터 할렌 등 쟁쟁한 선수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살라자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2019년 도하 세계 육상 선수권 직전, 미국 반도핑기구(USADA)는 나이키 소속 감독 살라자르가 반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며 4년간 활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테스토스테론을 불법 거래하고 운동 능력을 키워주는 'L-카르니틴'을 쓴 혐의였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오레곤 프로젝트 소속 선수였던 미국 육상선수 캐라 가우처는 프로젝트 당시 수상한 약물을 봤다고 증언했다. (왓챠)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오레곤 프로젝트 소속 선수였던 미국 육상선수 캐라 가우처는 프로젝트 당시 수상한 약물을 봤다고 증언했다. (왓챠)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살라자르 대신 겨냥하는 건 '기술 도핑'이다. 살라자르가 약물을 선수들에게 직접 쓴 정황은 아직 없다. 그는 규정 안에서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아들에게 테스토스테론 크림을 바르는 등의 실험을 했다. 감독인 살라자르만 처벌받고 선수들은 처벌을 피한 이유다.

이런 그의 실험이 규정의 범위를 오가는 외줄 타기였다면, 기술 도핑은 규정의 영역을 아예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나이키가 첨단 기술이 담긴 스파이크 운동화를 출시한 이후, 그동안 우리가 알던 육상 경기의 법칙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신체 능력이 아닌 운동화의 능력을 발판 삼아 기록을 깨는 선수들 쏟아지고 있다.

▲4월 18일 엘리우드 킵초케 선수가 네덜란드 엔셰데에서 열린 NN 미션 마라톤에서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4월 18일 엘리우드 킵초케 선수가 네덜란드 엔셰데에서 열린 NN 미션 마라톤에서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나이키의 맞춤형 '알파 플라이'를 신고 2019년 마라톤 마의 벽 '2시간'을 주파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케가 대표적이다. 오레곤 프로젝트의 내부고발자였던 육상선수 캐라 가우처는 기술 도핑 논란을 두고 "정말로 최고의 선수가 우승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는 "괴상하고 불공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기술 도핑에는 좋은 기록을 내고자 하는 선수의 욕망과 함께 스타 선수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스포츠 업계의 전략이 숨어있다. 나이키는 이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 중 하나다. 나이키는 오랫동안 당대 최고의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며, 그 이미지를 발판삼아 '최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스포츠 스타가 상징하는 '1등'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한 것이다.

▲달리기 효율을 높여주는 첨단 소재 '스파이크 운동화'는 스포츠계의 뜨거운 논란 거리다. (왓챠)
▲달리기 효율을 높여주는 첨단 소재 '스파이크 운동화'는 스포츠계의 뜨거운 논란 거리다. (왓챠)

논란이 커지자 세계육상연맹은 특정 선수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신발은 신을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올해 4월 30일 이후 대회부터 신발 밑창 두께는 40mm 이하여야 하고, 첨단 소재 탄소 섬유판은 1장만 허용된다.

하지만 다큐는 세계육상연맹이 정한 새 규정 40mm와 알파 플라이의 공식 규격 39.5mm 차이가 공교롭다고 지적한다. 또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나이키의 특수 제작 신발을 신은 선수들의 메달이 여전히 그대로인 점도 꼬집는다.

기술 도핑 논란은 육상을 넘어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전신 수영복, 클랩스케이트, 첨단 테니스 라켓 등. 점점 치열해지는 메달 경쟁 속에서 기술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지된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다 시도한다'는 분위기가 스포츠계 전반에 퍼지며, 새로운 시도가 혁신인지 반칙인지 판단을 어렵게 하는 도핑의 회색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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