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인도는 왜 선진국이 아닌가?…‘화이트타이거’

입력 2021-07-23 05:00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오래전 인도영화제를 기획하기 위해 인도 뭄바이에 출장 간 적이 있다. 빈부 격차가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도시다. 하필 가장 가난한 동네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햇살이 잦아지는 저녁 무렵 함께 간 선배와 거리 구경에 나섰다. 도로 곳곳에 아무데서나 자는 사람들과 굶주림에 지쳐 거리에 나뒹구는 피부병 걸린 개를 보면서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가로등도 없어 자칫하면 맨홀에 빠질 수 있어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걸어야 했던 아찔한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규모와 잠재력의 국가 경쟁력은 높지만 여전히 개인 소득은 하위를 달리고 있는 인도의 실상이 지금도 크게 변한 건 같진 않다.

이런 인도의 현실을 풍자와 위트를 넣고 페이소스로 간을 맞춘 영화 ‘화이트타이거’는 여느 발리우드(인도에서 만들어지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대중영화)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성공한 실업가 발람(아르다시 구라브)이 등장하는 첫 장면 독백이 영화의 지향점을 말해 준다. “인도는 두 나라로 구성된다. 빛의 인도와 어둠의 인도이다. 그리고 두 개의 계층이 존재한다. 배부른 인도와 배고파 죽어가는 인도다.”

영화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밑바닥 계층 흙수저 청년의 자수성가 이야기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쫓아갈 수 있다. 주인공은 한 세대에 단 한 번 정글에 나타난다는 가장 희귀한 짐승인 백호(white tiger,여기서 화이트타이거는 엄청난 부자를 뜻한다)가 되고자 다짐하고 빈민촌을 떠나 델리로 상경, 어렵사리 부잣집 운전기사가 된다. 그러나 인도의 중첩된 여러 위선과 마주치며 좌절한다.

인도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카스트 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어서라는 걸 영화는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법률적으로 계급은 없어졌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인도 사회를 지배한다. 발람은 인도에서 신분을 극복하는 방법은 범죄 아니면 정치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먼저 정치에 손을 내밀어 본다. 어린시절부터 ‘위대한 사회주의자’당을 지지해 왔고 사회주의자당은 자신들과 같은 사람을 위해 싸워주리라 기대했지만, 그 당의 지도자가 버젓이 돈가방을 뇌물로 받는 모습을 보고 깨닫는다. 역시 기댈 것은 돈밖에 없고 돈은 불법으로만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 발람은 원하던 부자는 되지만 여전히 카스트 체제 내의 먹이사슬에서 한 발자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약탈적 천민자본주의까지 가세하여 이중적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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