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병원에서 내 집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 중간집을 아시나요?

입력 2021-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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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친구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물었더니, 수술 후 요양병원에 며칠 입원해 있기로 했단다. 수술을 하는 상급병원에서는 수술이 끝나면 단 며칠 만에 퇴원을 종용하는데, 혼자 사는지라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일상으로 복귀하기는 힘드니 며칠이라도 요양병원에서 지낸 후 직장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얘기였다.

당연하다. 수술 부위가 아물었다고 집에서 혼자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출퇴근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상급병원 입장에서도 사실 어쩔 수 없다. 급성기를 넘겨서도 퇴원을 시키지 않으면 상급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집중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분들의 입원이 그만큼 늦어지게 되니까.

젊은 사람들이야 요양병원에서 2~3주 쉬면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무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다르다. 수술을 위해 단 며칠만 누워 있어도 근육이 소실되어 걷기 힘들어지고, ‘여기가 어디고 오늘은 며칠이고 너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섬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하는 사업이 ‘중간집’이다. 중간병원과 비슷하면서도 ‘집’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 그대로 병원과 집의 중간에 있는 곳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필요가 없는 분들, 하지만 원래 살던 자신의 집으로 당장 돌아갈 수 없는 분들이 1개월에서 6개월까지 임시로 머물며 돌봄을 받고 재활에 집중할 수 있는 중간 정거장 같은 곳이다.

관절 수술 후나 뇌졸중 치료 후 퇴원할 때는 퇴원 준비가 정말 고민이다. 고관절 치환 수술 후 병원에서는 ‘수술이 성공했으니 퇴원하세요’라고 하지만, 아직 쉬 걷지 못하는 환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를 망설인다. 사실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 전동 침대도, 워커도. 장만하려면 모든 것이 돈이고 대여를 하려 해도 난감하다. 집 곳곳에 안전 손잡이를 부착하고 미끄럼 방지 패드도 깔아야 한다. 집 어귀의 계단은 골칫덩어리다. 공사를 해야 하나, 이사를 해야 하나?

무엇보다 돌봐드릴 사람들이 없는 경우도 정말 많다. 어르신들은 앞으로의 돌봄을 위해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 등급은 (아)급성기 치료 차 병원/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는 받을 수 없다. 퇴원하는 그 순간부터 당장 돌봄이 필요한데, 돌봄에 핵심적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연결한 후에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비단 요양 서비스뿐일까. 전동침대만 빌리려 해도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게 유리하다.

우리 중간집의 이름은 케어비앤비(Care B&B)이다.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에서 뽑혀, 올해는 60세 이상의 서울시민 누구나 중위소득 150% 이하라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 집으로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내 몸도, 내 집도 준비하는 기간으로 중간집을 활용하시는 분들이 점차 입주를 신청하고 있다.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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