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토론배틀, 흥행 파란불…'공정 모델' 될 수 있을까

입력 2021-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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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변인 선출을 위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564명의 지원자가 몰려 1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종편 매체까지 경선 방송에 뛰어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대중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나는 국대다’에 주목이 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거대 정당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바른정당 시절 대학생 토론배틀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거대 정당에선 새로운 시도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기치인 ‘공정’이 사실상 대중에게 무너진 것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나는 국대다’가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인식되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자리에 25세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과도 대조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말로 공정하냐는 문제가 나온다. 언론을 상대해야 하고 다양한 업무도 살펴야 할 대변인직을 단순히 토론배틀로 뽑으면 생길 논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중적인 관심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우려에도 이 대표는 ‘나는 국대다’에 자신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토론배틀이 성황리에 마무리된다면 정치권에서의 '공정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투데이는 이번 토론배틀 참가자들에 대한 분석, 전문가 메시지, 당 안팎 반응 등을 통해 ‘나는 국대다’가 이 대표가 자신하는 대로 갈 수 있을지 분석해봤다.

면면의 다양성…연예인부터 사무처 직원까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최연소자인 18세 천유비 씨 등 지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최연소자인 18세 천유비 씨 등 지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국대다’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지원자 면면의 다양성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인물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슈퍼주니어 2기’를 자처한 연기자 유동혁 씨와 채널A ‘하트시그널’에 출연했던 장천 변호사, 김연주 전 MBC 아나운서 등 연예인과 방송인들이다. 한 정당의 대변인을 뽑는 과정에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이 지원했다는 사실만으로 신기함을 선사했다.

장 변호사는 지원 이유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고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정치에 거리감이 컸는데 이런 걸 하는 것에 대해 저 같은 국민도 응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구하는데 국민의힘이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미력이나마 보태려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력도 갖췄다. 유 씨는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장 변호사와 김 전 아나운서는 16강에 진출했다.

지원자 중 유명인만 있었다면 토론배틀이 주목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 중견기업 대표 출신, 취업준비생, 고등학생까지. 이번 토론배틀에는 면면의 다양성이 존재했다. 누구나 다양하게 참여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다.

16강에 진출한 황규한 전 상근부대변인은 25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내부에 곳곳에 숨어 있는 충분히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실무자라는 벽 때문에 진출하지 못해 정치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라며 “이런 기회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은 외연 확장과 흥행, 외부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좀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03년생부터 42년생까지…20·30세대 전체 73%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면면의 다양성만 존재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최연소 2003년생부터 최고령 1942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지원이 나왔다.

특히 20·30대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기조국에 따르면 지원자 중 20대가 235명으로 41.7%, 30대가 178명으로 31.6%를 차지했다. 20·30이 전체 지원자 중 73.3%다. 10대 지원자도 36명으로 전체 6.4%로 나타났다.

이들이 대거 몰린 까닭은 이번 토론배틀이 공정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30대 대학원생 참가자는 “평소에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열려 있는 공정한 기회가 생긴 건 사실상 처음”이라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16강 진출자 중 11명이 20·30대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고 그동안 정치 참여에 제약이 있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없는 분이 되면 앞으로 우리 정치가 개선해야 할 지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희 당에서 피선거권 연령 인하에 대해 많은 고민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식의 차별성…이준석이 직접 하는 압박 면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국대다’는 방식도 달랐다.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사무총장 인선이나 국민의당과 합당, 홍준표 의원의 복당이 아닌 토론배틀을 뽑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나는 국대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여러 차례 토론배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당대회 중 능력주의를 통한 공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이번 토론배틀이 흥행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4일 조수진·배현진·김용태 등 최고위원들과 함께 16강 진출자 선출을 위한 압박 면접을 직접 진행했다. 질문도 이 대표가 전부 던졌다. 이 대표는 압박 면접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은 제가 다했다”며 “현안 질문을 돌발적으로 던졌고 본인의 정치 참여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을 당 사무처 직원과 시도당 대변인 선출 등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그는 “시도당 차원에서도 대변인직 공개 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각 시도당별로 시도당위원장을 7월 중에 새로 선임하는 분들이 있는데 중앙당에서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은 ‘이준석 효과’…기회의 균등으로 이어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면의 다양성, 여러 나잇대, 이 대표의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넘어 결국은 ‘이준석 효과’의 연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효과가 크다”며 “이 대표가 하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과를 받는 것”이라며 “변하고 있다거나 '이런 식으로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회의 균등’이 이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단순히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선출된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황 전 상근부대변인은 “사실 그동안 이런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 지원자들도 정말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도전을 하셨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신 교수도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며 “과거처럼 임명을 해버리면 그건 기회의 균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정을 회복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남은 우려…‘공정’과 ‘흥행’, 둘 다 가능할까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 나는 국대다! 위드 준스톤'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 흥행 요소와 성공 배경에도 우려는 남아있다. 과연 공정하냐는 지적과 선출된 인물들이 대변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다. 여기에 더해 국회 내에서만 인기가 있을 뿐, 대중들은 관심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토론배틀이) 여의도 안에서만 관심이지 밖에 나가면 아무도 모른다”라며 “16강 이후에 얼마나 관심을 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변인은 기자들과 관계도 중요하고 여러 업무가 있는데 왜 토론으로 뽑는지 모르겠다”며 “뽑히고 나서 말실수하거나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라고 얘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관심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보여주기 쇼밖에 안 된다고 보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일회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게 다음 당 대표가 이걸 하겠냐”라며 “그러니깐 이게 쇼가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 최고위원들도 지금 다 TV 출신들 아닌가”라며 “이미지 정치, 쇼 정치, 탤런트화 정치 등 격을 낮추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용도 없고 보여주는 쇼가 될 수 있다”며 “정당은 가치와 정강, 정책을 지향하는 정치 활동가들의 모임”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지적에도 이 대표는 토론배틀이야말로 가장 공정하고 흥행도 걱정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날 봉하마을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젊은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토론배틀을 통해 당직의 많은 장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임하고 있다”며 “어느 방식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어느 방식이 더 옳은지는 시간이 나타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16강 토론배틀은 27일 오후 5시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통해 방송된다. 16강에선 저스티스팀(전성하, 김민규, 민성훈, 장천)과 토론의힘팀(최인호, 류혜주, 양준우, 임승호)은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를 주제로 맞붙는다. 2345팀(황규환, 김연주, 신현주, 양기열)과 국가대표팀(백지원, 신인규, 윤희진, 황인찬)은 '5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이후 30일 8강전을 거쳐 다음 달 4일 최종토론에서 최고 득점자 2명은 대변인, 나머지 2명은 상근 부대변인으로 임명된다. 패널 평가와 ARS를 통한 일반 국민 여론조사도 심사에 반영한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선거법 검토를 마치고 상금과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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