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 20년 만에 돌아온 '메타버스 전성시대'…실패 답습 않으려면

입력 2021-06-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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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라이프·3D 등 가상세계 산업 실패 전력 있어
이유 분석 않고 좇으면 과거 답습 가능성 커
콘텐츠·편의성·윤리 고찰 과제로 떠올라
NFT 비롯 현실 내 생산·소비와 더욱 밀접하게 연계

▲2010년대 LG전자(왼)와 삼성전자가 각각 출시했던 3D TV 제품의 모습 (사진제공=각 사)
▲2010년대 LG전자(왼)와 삼성전자가 각각 출시했던 3D TV 제품의 모습 (사진제공=각 사)

현실 아닌 현실, 가상세계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기업들의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수차례의 실패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2003년 출시된 게임 ‘세컨드라이프’가 대표적이다. 가상세계를 구현한 이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마이크로소프트(MS),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 국제적 기업들은 가상세계에 진출해 물건을 팔고, 브랜드를 홍보했다.

3D(3차원) 영화 ‘아바타’가 유행한 2000년대 중반엔 삼성·LG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기업은 3D 안경과 TV를 연달아 내놨다. VR(가상현실)ㆍAR(증강현실) 산업도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풍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세컨드라이프는 트위터, 페이스북과의 전쟁에서 패해 존재감을 잃었다. 3D 제품은 대부분 단종됐고, VR 제품도 테마파크나 게임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선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구글과 삼성 등은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접으며 ‘쓴맛’을 봤다.

이번 메타버스 열풍은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과거 실패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세컨드라이프’에서 강의를 진행해 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가상세계 관련 산업을 한데 모아놓은 ‘비빔밥’ 같은 개념인데, 최근 새로운 별천지인 양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가상세계 산업의 기존 약점을 문제의식 없이 반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메타버스 게임'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이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를 소구점으로 삼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사진제공=로블록스)
▲'메타버스 게임'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이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를 소구점으로 삼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사진제공=로블록스)

대표적인 실패 요인으론 무엇보다 ‘콘텐츠 부족’이 꼽힌다. 가상세계를 구현할 신기술들은 지속해서 발전했지만, 이에 발맞춰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박지혜 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소비하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구조”라며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다수의 이용자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이용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플랫폼 내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봤다.

탄탄한 기초 콘텐츠를 통해 일차적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후속 유입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 등의 게임이 이러한 구조를 잘 확립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가상세계를 구현할 도구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일례로 VR 기기의 경우 오래 착용하기 무거운 데다 어지러움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애플 '스마트 링' 콘셉트 이미지.  (사진출처=폰아레나)
▲애플 '스마트 링' 콘셉트 이미지. (사진출처=폰아레나)

이에 착용 부위를 아예 바꾸거나, 거울이나 보행기기 등 아예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애플은 올해 초 반지, 장갑 형식의 가상-현실 연계 기기 특허를 냈고, 페이스북은 양 손목에 차는 AR 밴드를 개발 중이다.

1차 가상세계 붐이 일었을 당시엔 챙기지 못했던 ‘윤리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세컨드라이프가 SNS 물결에 빠르게 무너진 건 그 당시 이용자들의 음란이나 도박, 범죄 등 일탈 행위 영향이 컸다. 높아진 자유도에 뒤따르는 부작용에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최근 NFT(Non-Fungible Tokenㆍ대체 불가 토큰) 등장과 맞물려 메타버스 산업이 경제 소비·생산과 더욱 밀접해진 만큼 선제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연구원은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문제부터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나 사기 등 불법행위, 아바타에 대한 인격권 부여 등의 이슈가 언급되고 있다”라며 “메타버스의 위험 요소에 관한 법·제도 논의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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