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암호화폐 흔드는 머스크의 신호게임

입력 2021-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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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그래, 그것(도지코인)은 사기야.(Yeah, it’s a hustle.)”

5월 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라는 코미디쇼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이 ‘농담’은 누군가를 웃게 해야 했다. 적어도 제작진의 의도는 그것이었고, 영상에서는 방청객들의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 ‘농담’을 던지는 동안 도지코인의 가격은 30%나 급락했다. 도지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이 코미디쇼가 호러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최근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 탄생한 이후, 그 가격은 수차례의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화폐나 자산에 비해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자들을 통하여 보고되어 왔다. 이러한 변동성을 이해하려면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암호화폐의 정의(definition)는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그만큼 복잡하다. 암호화폐는 어떤 권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금과 같은 실물에 기초하지 않는 디지털 화폐로,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활용하여 가상의 코인을 채굴하면 그것이 화폐의 공급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법으로 규정되어 특정 국가의 법정통화로 통용되는 것과 달리, 암호화폐는 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을 통하여 소유와 거래가 증명된다. 문제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이들 중에서 이렇게 복잡한 정의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적다는 점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는데, 확실한 것은 현재와 같이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화폐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환의 수단인 화폐로 기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가격의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높은 가격 변동성이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과 달리 암호화폐의 기초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의 합의가 없다 보니, 투자의 근거가 되는 정보라는 것이 상당히 불명확하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에는 그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뉴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관련 없는’ 정보를 관련이 있다고 믿고, 그에 따라 투자 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농담’도 그러한 정보였다. 아니, 정보라기보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그의 말 한 마디에 테슬라의 주가가 출렁이고 도지코인 가격이 급변하는 것을 보아 왔던 투자자들에게, 그의 ‘농담’은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되어 준 것이다. 상당히 불공정한 신호게임이다. 영향력을 가진 소수만이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그 신호를 해석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머스크는 신호를 가볍게 던질 수 있다. 천문학적인 부를 가진 그는 도지코인의 가격이 다시 오를 때를 기다리며 버틸 수도,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심지어 낮아진 가격에 더 많은 코인을 사들여 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에게 머스크의 농담은 너무나도 무겁다. 전 재산을 쏟아부은 누군가는 머스크의 가벼운 농담에 인생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통화를 꿈꾸던 암호화폐가 경제권력에 휘둘리고 있는 이 신호게임 속에서,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농담에 개미투자자들의 가슴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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