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의 두 얼굴

입력 2021-05-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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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벼리 기자

번잡한 도시 한복판으로 자동차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가운데 4대는 전기차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약 100년 전, 미국 뉴욕의 풍경이다. 1910년대 뉴욕 거리의 자동차 가운데 40%는 전기차였다. 심지어 1900년 초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많았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약 7500만 대)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4%에 불과했다.

약 100년 전, 그렇게 인기 많던 전기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두 가지 기준을 꼽는다. 바로 규제와 비용이다.

100년 전 전기차는 이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1920년에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당시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시꺼먼 매연과 유해가스를 뿜었다. 그저 냄새나고 보기 안 좋다는 식의 감정적 불쾌함보다 신기한 대상이었다. 환경적인 이슈가 불거질 일이 없던 시대이기도 했다.

동시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 것도 전기차의 증발을 부추겼다. 비싼 돈을 내면서 불편한 전기차를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2021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 세계 주요국가가 강한 환경 규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거침없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앞세운 덕에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가격 차이도 크게 줄었다.

동시에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던 제조사들이 하나둘씩 전기차로의 전환 중이다.

전기차 생산이 폭증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없었으면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전기차나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매연은 단지 불쾌한 것에서 인류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규제는 경제의 방향성을 바꾸고, 소비자의 인식을 규정한다. 새로움을 거부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규제는 사회를 정체시키고 성장을 가로막는다. 반대로 미래지향적인 규제는 앞서서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규제라는 '칼날'을 적확하게 휘두르기 위해서는 사라질 풍경보다 새로 올 풍경을 떠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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