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닥터 쿠퍼’ 가격 급등이 시사하는 것

입력 2021-05-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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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리서치 대표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 London Metal Exchang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 벽을 뚫으며 지난 2011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마저 넘어섰다. 참고로 런던 금속거래소는 농산물 거래의 중심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그리고 원유 거래의 중심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함께 세계 3대 상품거래소로 꼽히며, 비철금속 거래에서 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구리 가격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상품 중 유독 구리 가격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닥터 쿠퍼(Dr. Copper)’라는 별명에서 보듯, 구리 가격이 글로벌 경기 여건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기 여건이 개선될 때 구리 가격이 상승하며, 반대로 나빠질 때에는 급락한다. 이런 현상은 구리가 핵심적인 산업 소재이기 때문이다. 요즘 각광받는 전기차만 하더라도 필요한 구리의 양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 때보다 3배 이상 된다니 앞으로 구리 가격은 경기 변화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연유로 구리 가격과 주식시장도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아래 그래프는 전기구리 가격과 종합주가지수(KOPSI)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구리 가격이 상승할 때 우리 주식시장도 호조세를 보인다. 예를 들어 2009년 봄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폭락했던 구리 가격이 강하게 반등하면서부터 주식시장도 탄력적인 회복을 보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 대부분이 수출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만 내수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 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총 상위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구리가격이 급등하는 등 핵심적인 공업용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때, 한국 제품 수요도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구리와 한국 주가 중 어떤 변수가 먼저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08년 봄 같은 경우 주가보다 구리 가격이 뒤늦게 빠진 적도 있고, 2011년 봄에는 반대로 구리 가격이 먼저 고점을 치고 하락세로 돌아선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구리 가격과 종합주가지수의 흐름을 함께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리 가격이 상승할 때, 인플레 압력도 높아진다!

이상의 이야기만 들으면 구리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것은 바로 구리 가격의 변화가 기대인플레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채권시장의 기대인플레와 구리 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최근 인플레 기대가 높아진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기대인플레(BEI, Breakeven Inflation)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TIPS, 이하 ‘물가채’) 금리를 차감해서 얻어진 것으로 채권시장 참가자의 인플레 기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물가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원금을 보장해주기에, 물가채 금리는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적인 금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 상승이 인플레 기대로 연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구리 등 원자재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한 것 때문이겠지만, 핵심 산업용 원자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 증가는 전자나 자동차 등 연관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2021년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것을 보면, 구리가 인플레와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구리 가격 상승은 한국 주식시장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좋은 일이라 볼 수 있다. 경제성장의 주된 엔진인 수출 전망 개선은 긍정적 측면이 크다. 그러나, 최근처럼 구리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악재로 볼 수 있다. 핵심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유발된 인플레 압력이 시장금리의 상승을 촉발하고, 이게 다시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리 가격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인플레 기대의 상승이 지난해 이맘 때 발생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 판단하지만, 만에 하나 구리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인플레 기대가 통제불능 상황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닥터 쿠퍼는 앞으로 톱뉴스의 자리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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