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서 번지는 인플레이션 우려, 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들

입력 2021-05-10 14:57 수정 2021-05-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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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신흥시장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지수’ 2008년 이후 최고치
일부 신흥국, 기준금리 인상 등 이미 긴축 모드
경기위축 초래할 수 있어 ’양날의 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불확실한 경기회복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지해온 경기부양 모드를 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반면 경기회복 궤도에 본격 진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는 게 경제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집계하는 ‘신흥시장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달에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실제 물가와 시장 전망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투자자들이 현재 인플레이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최근 물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주 발표될 4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 전월 대비 0.4% 각각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브라질의 지난달 CPI는 전년보다 6.74%, 인도는 4.1% 각각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노출된 일부 신흥국은 이미 긴축 움직임에 나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5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50%로 7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올렸다. 3월 2.00%에서 2.75%로 인상하며 긴축 신호탄을 쏜 데 이어 약 두 달 만에 또다시 인상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6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포인트 올린 5%로 정했다. 시장 전망치였던 0.25%포인트 인상보다 두 배나 올린 것이다. 체코 중앙은행도 지난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3월 17%에서 19%로 금리를 인상한 터키는 물가상승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펨브로크이머징마켓츠의 산지브 바티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신흥국들의 통화와 재정 팽창이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시장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서 고심이 깊다. 아직 성장 궤도에 본격 진입하기도 전에 부양책을 거둬들였다가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봉쇄 조치가 연장되면서 살아나던 경기마저 꺾이는 분위기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0.74%로 나타나며 4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1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연장으로 2분기 경제전망도 어둡다. 특히 인도는 최근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에 ‘생지옥’ 같은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미국의 불확실한 금리 전망도 신흥국에는 부담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경기 과열에 대비해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시장을 당황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추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반면 7일 발표된 지난달 미국 고용 보고서는 시장 예상보다 부진해 오히려 연준이 기존 스탠스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신흥국은 어려운 선택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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