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무기 삼은 OTT, ‘흥행률’ 함정에 빠지지 않길

입력 2021-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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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에 투자하는 규모는 연간 3000억 원으로 이는 KBS, MBC, SBS의 1년 드라마 제작비의 5배다. 기존 관행대로 제작하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KBS가 편성 예정 드라마의 성과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서흥수 KBS 전략기획실 부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공모전 ‘연결의 힘, 디지털 드림 9’에서 ‘AI 기반 KBS 미니시리즈 성과 예측’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 사이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금액을 5500억 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후 웨이브, 스튜디오지니 등이 앞다퉈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금액 목표를 제시하며 이른바 ‘OTT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OTT 업계는 AI 기반 추천에 더해 제작 단계에서도 AI를 활용한단 구상이다. 넷플릭스와 KT의 시즌은 AI, 딥러닝을 이용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예측하고 맞춤형으로 제안한다. 올해 1월 출범한 KT의 스튜디오 지니는 1300만 가입자의 빅데이터로 흥행 예측 모델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10단계의 흥행 등급을 구성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활용한단 계획이다. 아예 장르, 소재 등 구상 단계부터 AI 빅데이터를 도입해 흥행률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AI 추천은 확증 편향을 심화한다. 이미 검색 알고리즘 등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 문제는 콘텐츠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용자가 AI 추천에 길들고 익숙해지면, 취향 밖의 콘텐츠는 더 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용자가 접하는 콘텐츠는 오히려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AI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도입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최대 흥행률을 담보할 수 있어 효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흥행 실패’ 가능성은 최소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이용자들의 편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투자 대비 흥행 가능성이 큰 이른바 가성비 좋은 작품들만 쏟아진다면,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 등이 설 자리는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제작 환경이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줄어든다.

OTT 시장이 커지는 만큼 콘텐츠의 다양성도 확 넓어지기를 바란다. 대중적인 작품만 쏟아지는 게 아니라 소수가 열렬히 좋아할 만한 콘텐츠도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OTT 쩐의 전쟁’이 사업자들만의 잔치가 아닌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만족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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