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유보부 이첩' 사건사무규칙에 명시…검찰 갈등 증폭

입력 2021-05-04 00:00

내부 규정 불과…수사기관 수용 여부 관건

▲공수처 출범 100일을 맞은 30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공수처 출범 100일을 맞은 30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출범 100일을 넘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사무규칙'을 마련해 본격적인 수사 착수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유보부 이첩’ 조항을 사건사무규칙에 명시하면서 검찰·경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공수처는 4일 사건의 접수·수사·처리 및 공판수행 등 사건사무처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했다.

사건사무규칙은 △공정·중립적·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수사원칙 △사건의 구분·접수 △피의자 등의 소환·조사 △사건의 처분·이첩 절차 등 내용으로 총 3편 35개조 및 25개의 서식으로 구성됐다.

사건 이첩 시 공정성, 중대성, 공소시효 등 고려 요소를 구체화하고 요청에 따른 이첩 기간을 각 기관 의견을 고려해 14일로 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사 담당 검사가 수사를 마친 뒤 공소 담당 검사가 공소 여부를 검토하게 하는 수사·공소 분리 방안도 담겼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사무규칙의 제정·공포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면 검찰·경찰 등에서 수사한 뒤 공수처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이른바 ‘유보부 이첩’ 조항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사무규칙 25조는 다른 수사기관에의 이첩을 규정하면서 ‘처장은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수사 후 이첩 가능한 사건을 ‘공수처법 3조 1항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권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 권한까지 보유한 사건에 대해 법 24조 3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공수처가 추가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법 24조 1항에 따라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공수처법 24조는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이에 응하도록 한다.

공수처는 “일단 수사는 해당 수사기관이 하고 공수처는 추후 제대로 수사했는지 검증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보부 이첩'은 검찰과 경찰이 강하게 반대해왔다.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논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관련 사건이 검찰과 공수처를 오가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찰은 이 지검장 사건을 공수처법에 따라 넘겼지만 공수처는 수사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했다. 그러면서 ‘수사 후 공소 여부는 공수처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는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수사팀장이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공수처는 검경과 3자 협의체를 통해 이견 조율에 나섰으나 마땅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규칙 제정을 강행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의 법적 효력은 대통령령에 준하지만 내부 규정에 불과해 다른 수사기관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공수처 관계자는 “향후에도 공수처, 검찰, 경찰, 해경 등으로 구성된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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