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發 ‘대출규제 완화 압박’…이달 가계부채 개선안 영향 미칠까

입력 2021-04-10 09:00

9일 관계장관회의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논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치권이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대출규제 완화 발언을 쏟아내면서 가계부채 개선안을 준비중인 금융당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규제완화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가계부채를 잡기위해서는 '총량관리' 원칙에 입각한 대출규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주요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반영해 구체적인 방안을 조만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신축 분양 아파트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관계부처간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강화 등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안을 협의 중에 있으며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해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위가 곧바로 진화에 나선 것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규제 완화 시그널이 자칫 가계대출을 줄여 부채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흔들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는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의 규제 방안을 추가라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현재 대출 심사 기준인 DTI를 한 단계 높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체하고, 차주별 40%로 적용을 강화해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연 8%까지 치솟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2~3년 안에 4%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연일 대출 규제 완화 발언을 쏟아내면서 '총량관리' 대전제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지원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LTV와 DTI 완화 가능성을 거듭 밝혔다.

금융위 대책 수준을 뛰어 넘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50년 모기지 국가 보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30년 만기인 모기지 상품에 40년 만기를 추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모기지가)50년이 작동될 수 있다면 (주택 구입을)쉽게 싸게 할 수 있지 않겠냐"며 "(50년 모기지도)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도 DSR 규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청년층과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LTV와 DSR 등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 다만,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관계부처와 세부내용을 신중히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규제 완화 발언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외풍을 차단하고 원칙에 입각한 가계부채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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