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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로] 글로벌 스탠더드 못 미치는 사외이사 선임

입력 2021-04-05 05:00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주요 기업의 주총이 지난 3월 말 모두 마무리를 지었다. 지난해 1월, 동일 상장사를 대상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기업들이 사외이사 선임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했지만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선임된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여성 인재가 다수 선임되어 보다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 풀이 국내에서도 조성된 건 환영할 일이다. 이마트, 한화투자증권 등이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으며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국내 다수의 기업들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사외이사 다양성 확보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외이사 대부분은 기업 경영과 무관한 판·검사 등 법조계 출신과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료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26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법조계,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절반을 훨씬 넘긴 56.6%를 기록했다.

다수의 기업은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내실화하기 위해 법조계와 정부 부처 관료들을 선임했다고 밝혔지만 ESG와 고위공직자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수의 연구를 살펴보면 관료, 법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 ESG 경영을 강화한다는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말 그대로 사외이사는 회사 영향력 밖에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임하여 이들로부터 경영 전반에 걸친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주주와 관련 없는 이사가 경영진의 전횡을 차단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에 글로벌 기업의 사외이사는 경영 역량이 이미 검증된 CEO(최고경영자), 경영진들이 주로 선임되고 있다.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가 경영에 대한 조언 및 객관적 감시라면 이 부분과 관련되어 사외이사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선임해야 글로벌 기업의 스탠더드에 맞는 합리적 사외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글로벌 경영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사가 선임되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구성하려고 해도 그 풀(Pool)이 한정되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문성을 고려해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 기업경영의 개선과 혁신을 위해서라면 투명한 절차로 사외이사를 공개 모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사외이사 선임은 늘 투명성과 공정성이 배제되어 있다.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이 불투명한 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이유는 해당 업계에 대한 전문성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때로는 방어해줄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 법원, 국세청, 공정위, 기재부 출신의 인물이 사외이사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이유이다. 국내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은 견제가 아닌 방어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간 기업에 비해 공기업 사외이사(비상임이사)의 절반은 낙하산 출신이다. 월 1회 이사회 회의에 참석, 거수기 역할만 하며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아 가니 공기업 사외이사 선임은 항상 정권 보은 차원의 성격이 짙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같은 투명하고 공정한 이사회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의 경쟁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산업 간의 경계도 무너지면서 다수의 해외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 산업에 대한 전문성, 통찰력을 겸비한 외부 인사를 다수 등용해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는다. 인터브랜드에서 선정한 글로벌 100대 기업 중 법관·관료 출신을 다수 선임한 해외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는 거수기, 방패막이, 허수아비라는 조롱을 받는다. 해당 기업에 대해 정말 관심과 애정이 많고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을 공개 모집, 선발한다면 국내 기업의 이사회도 한층 더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의 사외이사 선임만이 국내 기업의 이사회를 향한 글로벌 기업의 비웃음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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