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제 강남좌파가 분노할 때

입력 2021-03-31 05:00 수정 2021-03-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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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강남좌파’는 진보적 이념을 가진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의식은 진보적 이념을 가졌지만 실제 삶은 상류층 생활을 영위하는 이중적 좌파를 빗댄 말로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캐비아 좌파’, 미국에서는 ‘리무진 리버럴’, 영국에서는 ‘햄스테드 리버럴’, 독일에서는 ‘살롱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

외국에서의 ‘강남좌파’는 보수세력이 사회 지도층 진보세력의 이중성을 꼬집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남좌파’라는 용어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2005년 출간한 책 ‘강남좌파’에서 공론화해 일부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중들에게 ‘강남좌파’라는 용어를 각인시킨 것은 바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장하성 주중대사(전 정책실장), 김조원 전 민정수석,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 등이 강남좌파로 불리고 있다.

특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경질돼 물러나면서 다시 ‘강남좌파’가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셋값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은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총예금(직계존속 포함)이 2019년 말에는 16억8967만 원을, 지난해 말 14억7317만 원을 신고했다. 김 전 실장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그것도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차 3법 시행되기 이틀 전에 14%를 올렸다고 한다.

불공정·적폐 청산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친 청와대 내에서 김 전 실장의 ‘전셋값 인상’은 문 정부의 개혁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전 실장이 말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는 곱씹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와대 내에서조차 지키지 않는 정책을 국민 중 누가 믿고 따라가겠는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 믿고 집을 팔거나 사지 않은 사람은 소위 ‘부동산 벼락거지’(벼락부자의 반대말로 상대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전락하는 현실에서 국민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정작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한 사람들은 자고 일어나니 ‘벼락부자’로 등극하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구호가 소위 ‘강남좌파’로 무너지고 있어 씁쓸하다.

한때 조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금수저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가 공평했으면 좋겠다”며 “가진 자이지만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 도와달라”라고 당당히 밝혔을 때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이자 엘리트 출신이 깨어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 개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엇인가 해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사회지도층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열중하는 것과 그 결이 다르다.

역사적으로 ‘금수저’나 엘리트 출신 사회지도층이 동참하지 않은 혁명적 개혁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들이 동참해야만 뿌리 깊게 내려진 한국의 불평등을 개혁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법 시행 직전 ‘전세금 인상’은 그간의 ‘강남좌파’라고 비난받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김 전 실장의 행보는 비공개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친정인 참여연대가 “청와대 최고위 인사조차 지키지 않는 정책을 국민에게 믿고 따르라 한 셈”이라며 “정부는 부동산 적폐를 남 일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을까.

총체적 난국으로 빠진 ‘강남좌파’의 개혁 정치가 성공하려면 조 전 장관처럼 스스로 강남좌파라 당당히 밝히고 동시에 가혹한 자기희생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솔직한 자기성찰만이 돌아선 민심을 돌리고 불평등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 주중대사가 2015년 고려대 교수 시절 쓴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청년 세대가 불평등한 불의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음까지 노예가 된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젠 강남좌파가 스스로 되돌아보며 불평등한 불의에 분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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