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회복국면 인천 남동ㆍ반월ㆍ시화공단…“양극화 우려”

입력 2021-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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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소기업 고충 ‘첩첩산중’

[편집자주] 코로나19 치료 백신의 전 세계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도 2월부터 화이자 등 글로벌 백신 업체의 초기 수입 물량이 풀리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패러다임의 변화가 산업단지의 명암을 가르고 있으며 최근 변화하고 있는 현주소를 조명하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업단지 현장 취재를 진행하고자 한다.

▲안산 반월시화 단지에 위치한 동양피스톤 공장 전경
 (고종민 기자 kjm@)
▲안산 반월시화 단지에 위치한 동양피스톤 공장 전경 (고종민 기자 kjm@)

“공장은 작년보다 잘 돌아가는데 원재료 상승으로 적자를 고민해야 합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내 자동차 범퍼 도색업체 SJ칼라산업 권순배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산단 내 적막한 분위기 일색이었고 올해는 공장 곳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으나, 소기업들의 분위기는 마냥 웃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 반도체ㆍ자동차 관련 업종 ‘맑음’...여타 업체 ‘흐림’

반월ㆍ시화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산단으로 기계, 전기ㆍ전자, 운송장비, 석유화학, 섬유ㆍ의복, 목재종이, 음식료, 철강 등 중소제조업체들이 몰려있다. 업종별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양극화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2월 반월(6910개사), 시화(1만743개사), 시화MTV(987개사)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2.6%, 2.2%, 4.0% 오른 75.6%, 71.4%, 63.2%였다. 전국 12월 가동률인 80%에는 못 미치지만 완연한 가동률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인천남동공업단지 내 기업들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었다. 남동공단(6727개사) 12월 가동률은 69.8%로 전월 대비 3.4% 늘었다. 단지 내 물류ㆍ교통 상황도 활발했다.

주목할 점은 중소업체 간에도 온도차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반월과 시화단지의 50인 미만 가동률은 각각 70.5%(6536개사), 63.7%(1만549개사)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78.9%(350개사), 78.9%(184개사)다. 300인 이상 기업은 각각 81.8%(24개사), 86.5%(10개사)를 기록했다.

남동공단은 50인 미만 67.8%, 300인 이상 78.4%로 집계됐다.

가동률이 높을수록 매출 증가 및 이익률 확보가 쉬우며, 매출원가를 고려한 여유자금을 확보하기가 쉽다. 물론 원자재 가격 등 다른 외부 변수도 있지만, 가동률 상승은 업체의 존폐를 가를 주요 요소다.

반월ㆍ시화산업단지 내 한 임가공업 업체 대표이사는 “자본력을 갖춘 중규모 이상 기업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여파에도 버틸 체력을 가지고 있다”며 “(반면)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폐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폐업하고 빈자리에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고 있는 것 또한 현재 상황”이라며 “많은 소규모 업체들은 여전히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IMF 직후인 1998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도 국내 주요 산업단지 가동률은 70%대 후반을 지켰다. 통계적으로 보면 소규모 기업은 IMF 시절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공단을 도보로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광경은 양극화로 정리됐다. 반월시화산단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은 생산 제품을 나르는 차량 통행 등으로 분주해 보였지만 소규모 기업은 굳게 문을 닫는 곳도 보였다. 인천 남동공단은 현장 분위기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공구상가 단지도 찾아갔다. 빈 상가도 보였으며 여전히 경기가 어렵다는 게 한 상가 대표의 설명이다.

▲인천 남동공단 단지 내 상당수 기계공구 소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고종민 기자 kjm@)
▲인천 남동공단 단지 내 상당수 기계공구 소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고종민 기자 kjm@)

◇ 소기업 고충은 ‘설상가상’…“정부 차원 지원 필요”

코로나19 백신 확산이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 현장에선 긍정보단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자동차 등 특정 업종을 제외하곤 제조업 경기 시계를 여전히 제로다.

권순배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른 상태에서 원재료 인상분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범퍼 도색 업종은 겨울이 지나면 비수기로 가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설필수 유일금속 대표(반월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는 “반월 공단 등 산업 현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전하다”며 “자동차, 반도체 관련된 분야는 예전보다 양호한 편이지만, 이외 업종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표면처리 업계의 경우 업계 특성상 니켈 등 금속 원부자재를 많이 사용한다”며 “일부는 2월 기준 30~40%가량 오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가공 업체 등 중견ㆍ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단가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1일부터 300인 이하 중소기업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

반월공단 A 가공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달청에서 소기업을 위해 원자재를 구매하고 가격 변동에 대응토록 지원해줬다”며 “최근에는 이 같은 지원이 없어, 조달청의 지원 재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상당수 업체가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할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자동화 설비를 잘 갖추거나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 큰 기업들 정도만 가능한 거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소기업들은 사업장 임대료, 인건비(최저임금 상승), 원자재구매비, 부채상환 원리금 및 이자, 각종 세금 납부, 가스ㆍ수도ㆍ전기세 등 공과금 문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직접 대면했던 상당수 소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했다.

시화공단 내 공구 생산 업체 B사 관계자는 “과거 정부는 IMF(1997년) 구제 금융 시절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법적 근거 없이 대승적인 지원을 한 바 있다”며 “현재는 소기업 구제를 해야 할 시기이며, 근본적인 지원책을 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남동 공단에서 만난 밸브 생산 업체 C사 대표이사는 “밸브 업체 일부는 휴업 상태”라며 “정부가 특정 분야, 특정 업체에 지원이 쏠리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산업용품 업체 D사 대표이사는 “일반적인 제조업 경기를 본다면 회복 국면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산업용품 관련 업체들이 폐업하는 등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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