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95억' 만삭아내 사망사고, 법원은 왜 살인이 아니라고 봤나

입력 2021-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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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사고를 내 만삭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 씨가 살인 혐의를 벗었다. 법원이 이 사고를 고의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재상고심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은 두 번의 상고심을 거쳤다. A 씨는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야시장 다녀오다 새벽에 사고…95억 보험금에 '고의성' 의심

A 씨는 2008년 외국인 B 씨와 재혼했다. B 씨는 2014년 11월 15일 두 번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다.

사고는 2014년 8월 23일 새벽 발생했다. 전날 밤 9시께 지방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물품을 산 두 사람은 23일 새벽 2시 45분께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 근방에서 A 씨는 비상정차대에 세워져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 씨는 현장에서 바로 숨을 거뒀고, A 씨는 늑골 등이 골절됐다.

검찰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고의사고로 보고 A 씨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파기환송심, 재상고심 등을 거쳐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B 씨의 사망으로 A 씨가 받게 될 보험금 규모가 95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해 고의성을 의심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월 보험료만 900만 원 수준…법원 "범행 절박한 경제적 이유 없다"

A 씨가 B 씨를 피보험자로 가입한 보험금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등 다양했다. 사고 약 두 달 전 가입한 보험의 사망보험금은 30억9000만 원에 달했다.

B 씨에 대한 보험료는 월 400만 원 수준으로 가족과 본인 등 보험을 포함해 A 씨는 매달 총 900만 원 정도를 보험료로 냈다.

상점을 운영하던 A 씨의 월 수익은 1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계좌 잔고는 수백만 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보험계약대출, 중도인출 등으로 약 3억1700만 원을 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A 씨가 수입 대비 과중한 보험료를 낸 점을 의심했다. A 씨가 지인에게 “돈벼락 맞는 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A 씨가 범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절박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A 씨의 상점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었고, 지역 사회의 특성상 현금거래가 상당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입이 더 많았을 수 있다고 봤다. A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매달 200만~500만 원을 받은 점과 소유한 부동산 등도 고려했다.

많은 보험을 가입했던 이유도 단지 보험설계사들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판단했다. 보험설계사들이 이러한 A 씨의 성격을 알고 다른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추천해주기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사고 직전 가입한 보험도 영업소 대표가 수차례 찾아가 가입시켰고, 당시 보험금 총액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구조물이 운전석까지 밀려들어와…"계획적 보기 어려워"

사고가 A 씨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였던 점도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 주요 근거가 됐다.

이번 사건에서는 A 씨가 운전한 차량이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가변차로를 주행한 점, 사고 직전 상향등이 점등됐다가 꺼진 점 등이 특이점으로 꼽혔다. 속도가 시속 70㎞에서 시속 80㎞로 올랐다가 시속 60㎞로 줄기도 했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을 위해 상향등을 켜 화물차를 확인한 뒤 속도를 조절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방법으로는 결과에 대한 예측과 통제 가능성 측면에서 쉽게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 도로 우측에 정차 중인 차량의 뒷부분을 조수석 쪽만 부딪치도록 정확히 맞춰 추돌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의도대로 되더라도 운전자도 죽거나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당시 A 씨는 운전석까지 밀려 들어온 차량 구조물 등에 다리가 껴 119구급대 구조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 재판부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우연히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살인을 위해 사고를 낸다는 것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A 씨가 일과를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의 주장대로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B 씨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발견됐으나 A 씨가 범행을 위해 먹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차 안에 있던 음료들에서는 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자택에서도 이 성분을 가진 약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약국 34곳을 뒤졌으나 A 씨가 수면유도제를 샀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성분이 A 씨의 혈액에서도 발견된 점과 복용 후 3일에서 5일까지 검출될 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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